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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강화에 신용대출 터는 직장인… 기세 꺾인 '영끌·빚투’ [가계대출 숨고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1 17:53

수정 2022.01.11 17:53

대출 2억 초과땐 DSR 40% 적용
주담대 받으려면 신용대출 줄여야
정부 강한 시그널에 은행도 몸사려
3월 코로나 대출 상환 여부가 관건
DSR 강화에 신용대출 터는 직장인… 기세 꺾인 '영끌·빚투’ [가계대출 숨고르기]

#. 직장인 A씨는 오는 4월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앞두고 신용대출 줄이기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을 끼고 있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예전만큼 많이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도 신용대출 줄이기의 이유다. 금리인상 시 대출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이래저래 불안한 마음에, 신용대출 잔액 1500만원을 오는 4월이 되기 전까지 모두 털어버릴 생각이다.

연초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한풀 꺾인 이유는 1월 비수기인 데다 한층 강화된 DSR, 기준금리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가산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은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 단행이 대출 심리를 꺾어놓고 있는 것이다. 예년처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 내서 투자)가 대출 부담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규제와 금리 상승에 '대출 줄이기'

올 초 5대 은행의 대출 잔액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일부 직장인들은 강화된 DSR 적용을 염두에 두고 신용대출을 빠르게 털고 있다.

올해부터는 총대출 2억원 초과 차주에게 DSR 40%가 적용된다. DSR 적용을 받으면 신용대출 만기도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7년간 갚아야 하는 돈을 5년에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매월 갚아야 하는 금액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신용대출이 커지면 주담대를 넉넉히 받는 건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직장인들은 연말 보너스를 활용해 연초에 대출을 터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철 비수기 영향도 크다. 주로 이사 시즌이 2월과 3월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가 몰리면서 필요한 실수요는 지난해에 몰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NH농협은행의 강대진 부행장은 "매년 1월은 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필요한 분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많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올해 여신 운용방향도 가계부채 안정 차원에서 기업 여신 쪽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달 말부터 다시 신용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이달 말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예정돼 있고, 현대엔지니어링과 카카오그룹 계열사들이 공모에 나선다. 다만 주담대를 받으려는 수요의 경우 지난해처럼 IPO 때문에 신용대출 규모를 늘리기는 부담스럽다.

■은행들도 가계대출은 '관리' 모드

금리 상승기 자체도 대출 심리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 관리 시그널을 강하게 주면서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높였다. 한국은행이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오는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 2.92%였으나 11월엔 3.61%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금리는 2.74%에서 3.51%로, 신용대출금리는 3.75%에서 5.16%로 껑충 뛰었다.

은행들도 올해 가계대출은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 대출에 비중을 두고 여신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박화재 부행장은 "가계대출은 총량제가 있어서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면서 "우리은행은 산업자본 대출 비중이 60%를 넘어야 한다는 옵션도 있어서 기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 오한섭 부행장은 "연초에는 상여금 등으로 보통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패턴이 나타난다"며 "올해 특히 디지털 기반의 여신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올 3월 말 만기가 끝나는 코로나 대출 상환 여부가 여신 운용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박 부행장은 "3월 말 코로나 대출 만기의 영향이 시장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알 수 없다. 그때까지는 대출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는 소상공인보다는 중소 법인이라든가 일반 대기업 위주로 대출이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행장도 "3월이 고비가 될 수 있다.
2년 전 100%짜리 보증서 담보대출을 많이 했는데 보증비율이 85%나 90%로 줄어들 수도 있다"며 "이 경우 금리가 올라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증서 담보대출은 보증기관이 발급하는 보증서를 담보로 실시하는 대출이다.
100%, 90%, 85% 등 보증비율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지며 100% 보증비율의 경우 해당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해도 보증기관이 채무를 보전해준다.

ksh@fnnews.com 김성환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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