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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표심 의식 '기업 패싱'… 재계 "민간 확대 우려" 반발 [국회 문턱 넘은 노동이사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1 18:02

수정 2022.01.11 18:02

한전·인천공항 등 공공기관 131곳, 하반기부터 노동이사 임명해야
"노조 입김 세지고 갈등 심해질것"
경제단체 "제도 보완" 한목소리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대안)'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대안)'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공공기관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131개 공공기관은 하반기부터 근로자측 비상임 노동이사 1명을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을 의식해 경영계를 '패싱'한 채 노조 측에 힘을 실어준 정치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강행에 경영계는 당혹감 속에 민간 기업에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제도 보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인천공항·국민연금 등 영향권

11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공기관 131곳은 올 하반기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31곳이 대상이지만 근로복지공단 등 11곳에 이미 제도가 도입돼 사실상 120곳"이라고 밝혔다. 주요 도입 대상은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과 국민연금공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준정부기관들이다.
다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법적 대상은 아니다.

공공기관 운영법을 관할하는 기재부는 노동이사의 자격 요건 등 구체적인 노동이사제 도입 절차를 논의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이사의 신분은 비상임이사로 하고, 3년 이상 재직자부터 자격을 부여했다. 정수는 1명이다. 2년 임기에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대표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로 선정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임명된다.

■경제단체 "자율침해, 노사갈등 심화"

노동이사제 도입이 핵심인 공공기관운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 조항에서 빠진 기타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기타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운영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준용이 사실상 강제조항으로 쓰이는 만큼 제도가 조속히 도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높다. 일반 기업에도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출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서다. 공공기관운영법이 이들 법안 통과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경영계 전반에 걸쳐 노조의 입김이 거세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공공기관운영법 처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노동이사제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풍토와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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