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행 vs 심쿵약속 vs 철수마켓
청년층 겨냥 SNS로 공약 발표
색다른 전달 방식 경쟁 치열
구체적인 재정마련 계획 없이 흥미 위주 포퓰리즘 지적도
청년층 겨냥 SNS로 공약 발표
색다른 전달 방식 경쟁 치열
구체적인 재정마련 계획 없이 흥미 위주 포퓰리즘 지적도
후보가 짧은 영상에 등장해 위트있는 말 한마디로 공약 주목도를 높이거나, 단 일곱 글자로 공약을 '툭' 던지는 식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청년을 주 타겟으로 한 정책들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색다른 전달 방식이 톡톡히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동시에, 구체적인 재정 소요나 현실성에 대한 설명이 생략돼 포퓰리즘적인 공약 남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트 살린 '마이크로 공약'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대선후보들은 청년세대에게 익숙한 SNS를 통해 연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주로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공약은 한줄짜리 글 혹은 1분미만의 영상 등으로 간략하게 소개된다. 어려운 정책을 쉬운 말로 제시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최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공약이 큰 흥행을 이끌자,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겁니다"라고 말하는 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은 해외언론에서도 화제가 될 만큼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이 후보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시리즈 중 하나였다.
윤 후보도, 선대본부 개편 이후 간결해진 메시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의 일곱 글자 메시지나 '병사봉급 월 200만원' 등의 간단명료한 한줄 문장을 올리고 있다. 또 이른바 'AI(인공지능) 윤석열'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청년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장터 '당근마켓'에서 착안한 '안철수를 팝니다-철수마켓' 영상으로 직업 체험 시리즈를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약은 짧아야" vs "시대정신은?"
후보들의 공약 발표 신(新)풍경에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공약별 집중력을 높여주고 이해가 쉽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너무 가벼운 제시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약의 간략화는 좋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공약을 길게 하면 누가 읽어보겠나"라고 반문하며 "정치는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설명하는 순간 약효가 떨어진다"고 했다. 실제 대선에서는 대부분의 공약이 후보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슬로건성의 역할을 하는데, 짧은 공약이 더 큰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소주성을 내놓을때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았다. 구체적 실현 방안은 집권한 후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2030세대가 스윙보터로 등장하니 이런 방식의 선거운동 요구가 잇따르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거대 담론이 없는 선거에서 너무 자잘한 부분에 치중하는 '살라미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정밀) 타게팅 공약들이 과연 '시대 정신'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일곱자 쓴 것이 무슨 공약이냐. 그건 스테이트먼트(선언)다"라며 "설명은 덮어둔 채 공약을 슬로건화 하면 안된다"고 했다.
■포퓰리즘 지적 "재정 계획 빠져"
'탈모 건보 적용'(이재명) '병사 월급 200만원'(윤석열·이재명) 등의 정책 발표에 표퓰리즘적인 요소가 담겨있다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인 재정 소요 예측이나 재정마련 계획은 생략된 채, '일단 내지르고 보자'식의 정책 제시는 지나치게 가벼운 행보라는 지적이다.
최수영 평론가는 "국민들을 혹하게 하는 것은 있지만 제도로 정책하기 위해 실효성, 타당성,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순기능·역기능을 따지지 않으면 책임정치가 되지 못하고, 흥미위주로만 콘텐츠가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교수도 "후보들이 무조건 이슈 띄우기에 혈안"이라며 "공약이 갖춰야 할 기본 요소에 대한 얘기는 안하고 주는 것만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신율 교수는 "탈모 건보 정책의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문제"라며 "건강보험은 사람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것인데, 아무리 선거 전이라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병사 200만원 월급제에 대해서도 "양쪽에서 모두 돈 푸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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