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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신뢰 무너진 HDC현산… 중대재해법 앞둔 건설사 '패닉'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2 18:20

수정 2022.01.12 18:20

'학동 참사' 이어 또 대형사고
"총체적 관리부실" 비판 쏟아져
유병규 대표 "책임 통감" 사과
법 완화 요구하던 업계 명분 잃어
12일 오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12일 오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현장에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공사 중이던 광주 서구 주상복합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안전사고가 터지면서 안전관리 시스템에 총체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를 촉구했던 건설업계는 "이번 사고로 명분을 잃을 판"이라며 당혹스러운 반응이 역력하다.

■7개월 만에 또…안전관리 허점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12일 광주 화정동 사고현장을 찾아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급선무인 만큼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수색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유병규·하원기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구조 안전 전문가 등 50여명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긴박한 사고 대처에도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9일 시공책임을 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로 사망 9명, 부상 8명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공분을 산 지 7개월 만에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고가 난 날은 '학동 참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해 사고 당시 광주 현장을 직접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안전경영실 신설 △근로자 작업중지권 확대 △위험신고센터 개설 △골조 공사 안전전담자 선임 등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다시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외벽 붕괴 사고가 난 화정현대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9층 건물 7개 동으로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가구 등 847가구가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이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근로자의 안전 확보와 입주예정자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65곳의 현장에 대해 일시 공사 중지를 시행하고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중대재해법 앞둔 건설업계 '낙담'

건설업계는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중처법의 주요 대상인 건설업계는 '처벌대상 모호'와 '기업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시행 반대와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는데, 대형사고로 명분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안전을 강화해도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완화를 요구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발생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졌다"며 "사고발생 원인이 무엇이든 인재와 부실공사로 연결되는 만큼, 건설사들을 더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개정을 요구했다가는 국민들에게 더 혼날 분위기"라며 "지금은 중대재해법 완화보다는 실종자들이 안전하게 돌아오길 기원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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