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김씨 측이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오늘 오전 11시에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12월 초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A씨와 10~15회 통화했다. MBC는 A씨로부터 통화 녹음 파일을 넘겨받았고 오는 16일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씨와 A씨 간의 음성 파일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 입장문에서 "김씨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접근해 모든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며 "대선 시점에 맞춰 제보 형식을 빌려 터트리는 등 의도적으로 기획된 특정 세력의 정치공작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녹취록 공개를 악의적인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통화를 녹음한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해당 심문에서는 보도의 공익성 및 표현의 자유와 김씨의 인격권, 명예권 중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치열한 다툼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심문이 열리게 되면 김씨 측은 해당 통화 내용이 사적인 통화였으며 내용이 보도될 경우 김씨 개인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MBC 측에서는 김씨가 대선 후보 부인인 만큼 통화 내용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김씨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지, 해당 통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김씨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인지, 보도 내용이 김씨에게 현저하게 악의적인지 등을 따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도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신청인의 주장이 인용된 사례로는 그룹 듀스 멤버 고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가 지난 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이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법은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반면 표현의 자유 및 공익성 등을 강조해 가처분을 기각한 사례들도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대장동 의혹' 최초 보도기자를 상대로 낸 보도 삭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 삭제나 표현 행위의 사전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춰 엄격한 제한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보전 필요성의 존재 여부는 일반적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020년 신라젠 관련 의혹과 관련해 MBC를 상대로 낸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 서청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7년 호주 로또사업권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었다. 법원은 해당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보도 당사자들이 공적 인물이며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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