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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우조선 매각 또 무산, 플랜B는 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4 14:46

수정 2022.01.14 14:54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이로써 대우조선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대우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제공). 사진=뉴스1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이로써 대우조선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대우조선이 건조한 LNG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합쳐지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합병 승인을 불허했다. 이로써 현중과 대우조선 합병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019년 한국조선해양(현중의 중간지주사)은 EU 등 6개국에서 승인을 얻는 조건으로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6개국 가운데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은 이미 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EU는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한국과 일본은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EU가 반대했기 때문에 승인을 하든 안 하든 별 의미가 없다.

아쉽다. 대우조선은 20년 넘게 정부와 국책 KDB산업은행의 골칫거리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가 터진 뒤 공적자금으로 생존을 이어갔다. 2015년엔 조 단위 부실회계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박근혜정부는 4조원 넘는 돈을 추가로 투입했다. 지금 산은 지분율은 55.68%에 이른다.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은 등이 지원한 공적자금은 세금이다. 빨리 회수할수록 좋다. 산은은 두 차례 민간 매각을 추진했다. 2008년 한화가 새 주인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한화는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리면서까지 서둘러 발을 뺐다. 2013년엔 러시아 석유업체 인수설이 잠깐 돌았으나 소문에 그쳤다. 대우조선은 군함·잠수함을 만드는 방산업체다. 해외 매각은 불가능하다. 고육책으로 나온 대안이 현대중공업이다. 정부와 산은인들 현중·대우조선을 합치면 독점 우려가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국내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할 능력을 갖춘 회사는 현중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무리수로 드러났다. EU의 결정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정부와 산은은 현실적인 대안,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떻게든 대우조선을 민간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산은으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국내외 경쟁당국이 뿌리치지 못할 적절한 후보를 찾는 게 관건이다. 2008년 매각 때는 한화 외에 포스코, 현대중공업, GS가 입질을 한 적이 있다. 이번에 현중이 탈락했으니 남은 건 한화, 포스코 등이다. 다행히 업황이 좋은 편이라 시간은 벌었다. 세계 경기는 회복세에 들어섰고, 선박 관련 환경규제는 갈수록 세진다. 자연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값도 더 받을 수 있다.

차제에 대우조선 노조와 거제 지역민의 소리에도 귀기울이기 바란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14일 "대우조선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적의 대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 속담에 '천천히 서두르라'는 말이 있다.
정부와 산은이 서두르지 않되 꾸준히 대우조선 재매각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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