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제도 도입 4년 지났지만
개인재해로 인식하는 경향 많아
개인재해로 인식하는 경향 많아
■매년 4000건 이상 미신청 추정
16일 근로복지연구원에 따르면 출퇴근 재해는 매년 6000여건씩 접수된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2020년에는 6790건이었다.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출퇴근 재해 보상제에 따라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도보 등으로 출퇴근하다가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사고를 당하면 산재보험이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차 사고뿐 아니라 버스 손잡이를 놓치거나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넘어져 다친 것 등도 출퇴근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흘렀지만 보상 미신청이 적잖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산재보험 사고 중 출퇴근 사고 비율은 6.85%로 독일 16.73%의 절반도 안 됐다. 프랑스와 일본도 전체 산재 중 출퇴근 재해 비율은 약 12%다. 근로복지연구원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출퇴근 재해나 국내의 다른 재해보상 제도 통계와 비교했을 때 미신청이 상당한 듯하다"며 "실제 출퇴근 재해 비율을 10% 정도로만 가정해도 지난 2018~20년 매해 4000건이 넘는 재해가 묻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공인노무사는 "고용노동부가 처음에 출퇴근 재해 보상제에 대비해 근로복지공단 인력을 충원했는데 신청이 예상보다 상당히 안 들어왔다"며 "노동부도 깜짝 놀라했다"고 전했다.
■"보편적 권리·제도로 자리 못 잡아"
국내외 차이는 기본적으로 제도의 '숙성도'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연구원 관계자는 "보상제도가 시작된 지 오래 지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에서 포괄하는 재해보다는 '개인적인 재해'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권 노무사는 "프랑스는 출퇴근 재해만 해도 70년 정도의 역사가 있다"며 "보편적 권리와 제도로 인식되는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노무사는 "한국의 전반적인 산재 제도 자체가 노동자의 권리로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는 사업장 내 사고에 대해 사업주가 산재 신청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은 모든 업무상 사고에 대해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재해를 입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판단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입장에서 번거로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게 출퇴근 재해 보상제를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2020년 22만여명에서 지난해 66만여명으로 3배 늘었다. 근로복지연구원 관계자는 "종사자 확대에 대비해 출퇴근 구분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고 유관 기관·기업과 협의를 통해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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