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메가딜 무산에 조선산업 재편 스톱… 대한항공 M&A 불똥튀나 [항공 빅딜 안갯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6 18:31

수정 2022.01.16 18:31

EU 불허에 조선업 체질개선 무산
국내 항공산업 재편 영향에 주목
해외 심사 엄격한 기준 내걸 수도
대한항공, 조건부 승인 놓고 고심
메가딜 무산에 조선산업 재편 스톱… 대한항공 M&A 불똥튀나 [항공 빅딜 안갯속]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통합작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조선산업 체질개선 작업은 3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특히 항공산업 재편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작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저가수주 경쟁을 막기 위해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조선산업 '빅2' 전략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며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이로써 지난 2019년부터 현대중공업이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6개국 주요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해 이후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의 승인을 받았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EU, 일본의 승인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EU가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조선업계에서는 기업결합 무산이 현대중공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선업 호황에 따른 신규 투자자금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조선 시황이 회복국면인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호황기가 끝나면 또다시 3사 간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구조적인 조선산업의 고질병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봉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실제로 자금지출이 발생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 무산으로 잠재적 재무부담도 소멸됐다"면서 "반면 대우조선은 통합에 따른 시너지 확대, 1조5000억원 유상증자 등 자금지원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가 기대됐지만 어려워지면서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기업결합 무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산업 재편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필요한 물리적인 절차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공정위를 비롯해 EU, 미국, 중국, 일본 등 5개 필수신고국과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3개 임의신고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국가들은 큰 틀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특정 노선 독과점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말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 등의 재분배를 전제로 하는 조건부 승인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양사에 전달했다. 대한항공은 이번주 중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의견서를 전달받은 뒤 이달 말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양사 간 기업결합을 심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건부 승인을 택하자니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진행하려던 메가캐리어 전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운수권을 재조정하게 될 경우 노선 축소에 따른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해 통합 과정에서 약속했던 고용승계가 사실상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 여기에 반납하는 운수권이 사실상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보다는 해외 항공사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자칫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부 LCC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조건부 승인을 수용할 경우 나오는 중단거리 노선 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항공기재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은 LCC보다는 해외 항공사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