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권 씨(74세, 여)는 지난 몇 년간 엉치와 다리가 저리고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나이 들어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거 같아 반신욕도 하고 찜질과 마사지 기계도 사용해봤지만 통증은 좋아지지 않았다. 특히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자주 멈춰 쉬어야 했는데, 최근에는 걷는 게 힘들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할 정도였다. 다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권 씨는 진단 결과 허리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척추 뼈와 인대가 굵어져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과 저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허리를 펴고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마비되고 터질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만히 누워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착각해 방치하기 쉽다.
특히, 척추관이 심하게 좁아지면서 다리로 가는 신경다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걷는 데 어려움을 느껴 걷다가 주저앉게 되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 증상을 신경성 파행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신경성 파행 증상으로 다리에 힘 빠짐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은 신경압박이 지속되면 감각저하가 오면서 오히려 통증을 덜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환자들은 잘 걷지 못 하면서도 당장의 통증이 덜 느껴지니까 병의 심각성을 모르고 증상을 방치하곤 한다.
하지만 다리 힘 빠짐, 감각저하 증상 등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나중에 수술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경이 오래 눌려있을수록 신경의 손상도가 커지기 때문에 나중에 수술을 통해 신경 압박을 풀어줘도 신경이 완전히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신경 회복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서 말한 힘 빠짐이나 감각저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의사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는 것이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신경성 파행 증상과 감각저하 증상이 나타나는 협착증 말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나 시술 효과가 많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리나 엉덩이가 저리고 아프다는 통증 위주의 증상을 많이 호소하는 협착증 초기에는 신경주사나 시술을 통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으나, 협착증이 많이 진행되어 다리에 힘 빠짐,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나 시술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협착증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도 비수술만 고집하며 스테로이드 주사와 시술로 돈과 시간을 허비하시다가 결국은 수술을 받으러 오시는 분이 많다. 따라서 협착증이 이미 진행이 많이 된 상황이라면 적절한 진단을 통해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수술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척추 수술은 자신의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방법으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속도가 빠르고 고령자나 만성 질환으로 수술이 힘든 환자들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 치료 후 통증 없이 잘 걷고 일상생활이 편안해지면 노년기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수술치료에 막연한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문의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충분한 상의한 후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길 권한다.
홍영호 원장(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 신경외과 전문의)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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