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하며 온라인 도박 몰입
18일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도박 중독 유병률(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과 '도박 행동 경험률'은 모두 높아졌다. 연구진이 1년간 도박을 경험한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 20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도박 중독 유병률은 지난 2020년 7.1%로,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8년 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박 행동 경험률은 59%에서 68.2%로 약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특히 2030세대가 도박에 더 몰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대와 30대의 도박 중독 유병률은 2018년 각 4.6%, 3.8%에서 2020년 6.5%, 10%로 올랐다. 도박 행동 경험률도 20대는 47.5%에서 68.2%, 30대는 64.8%에서 76.9%까지 상승했다.
도박으로 처벌받는 사례도 최근 잇따른다. 제주지법은 지난 11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4개월간 153회에 걸쳐 1억여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는 A씨(29)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청주지법은 지난달 26일 온라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회삿돈 6300여만원 등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B씨(32)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도박심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톨릭대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경제적 위기가 닥치자 복권이나 스크래치 카드 구매 같은 형태의 도박 행위가 늘었다.
김용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집값이 굉장히 많이 올라 주거 불안 등이 엄습한 상황에서는 단기간에 쉽게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닫게됐고, 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들도 도박 유혹에 빠지기 쉬운 취약 계층"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온라인 활용 능력이 도박과 결부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과거 오프라인에서 복권을 사거나 카지노에 가는 것 등이 '주류 도박'이었다면 최근에는 대부분 인터넷으로 옮겨 갔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활용 능력이 뛰어난 2030이 도박에 빠지기 안성맞춤인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도박문제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접근성이 순식간에 높아지는 바람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기에 발맞춰 정책·사업을 펼치기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끝나고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뒤면 중독과 정신 건강 문제가 상당히 대두될 수 있으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알코올 문제가 심각해진 뒤에 개입하면 회복이 크게 어렵듯 도박과 관련해서도 예방이 좀 더 우선시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예방적인 개입을 위한 투자라든지 인력 양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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