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사 출신 제한에 수사 잘하는 '선수'가 없다 [공수처 출범 1주년 (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8 18:16

수정 2022.01.19 16:30

사건 2766건 중 입건 24건 불과
수사 통해 존재 이유 증명 과제
올 한 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출범 1년 차로는 놀라울 정도의 논란의 연속이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원인으로 시스템의 부재를 꼽는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10월 말에서야 진용을 갖췄다. 검사 확보와 수사관을 꾸리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조직 정비가 지연됐다.

■공수처 수사 초라한 성적표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2월21일까지 약 1년 동안 출범 후 총 2766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약 60%에 달하는 1642건은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나머지 785건은 분석 중이다. 불입건은 315건, 입건은 24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아직 출범 1년에 불과하고, 수사 중인 사건의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공수처의 수사 성적표를 매기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공수처의 출범 과정 자체가 수사력 공백 우려를 현실화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사 한 기수 70명 정도에서 선수라고 불리는 특수통 검사는 3~4명이 나오고, 이들을 만드는 데는 10년 이상 걸린다"며 "공수처의 경우 처장과 차장 모두 검사 출신이 아니고 검사 출신 인력을 제한하는 규정까지 있어 수사 잘하는 검사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실력이 검증된 검사 입장에서는 공수처 검사 자리가 3년 짜리 한시적 계약직으로 생각되는데 갈 이유가 없다"며 "공수처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초기 공수처법을 통과 시킬 때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통과시킨 의회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도 수사인력을 보강하고 앞으로의 수사를 통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한 분산으로 수사력 공백

또 하나의 문제점은 공수처 출범과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드러난 수사력 공백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자체 종결권이 생기면서 경찰의 수사 범위는 확대됐는데 경제범죄나, 사기 범죄 등 복잡한 사건의 수사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마약 수사를 하다가 단순 마약 전달책에 대해 인지를 하고도 경찰에 넘기지 않고 뭉개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실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소송법상 고소·고발에 대한 접수 거부 권한이 없는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인의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단독]경찰 근거 없는 고소장 접수거부.. 변호사들 "경찰청에 항의할 것")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실제로 경찰관 1인 당 사건 보유 건수가 지난해 17.9건으로 전년(15건)보다 19.4%, 최근 3년 평균보다 25.7%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며 "수사 권한이 분산되고 여러 곳으로 나눠지면서 오히려 수사력 공백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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