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1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피해자를 상대로 잘못된 집착과 망상, 스토킹을 시작했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여동생과 모친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김씨의 살해 과정이 무자비해 교화될 가능성도 적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했고, 임상심리평가에서 거절에 대한 높은 저항성과 불안정한 대인관계양상을 보였다"며 "사건 이후 김씨의 자살 기도는 자신의 범행에 대한 자책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법원으로서는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구형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나, 우리나라는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제도가 형벌로서 실효성이 없다"며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을 무릅쓰고도 김씨에게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성이 상당해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이 나온 뒤 일부 유가족은 "못 나오게 해야 해"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오후 4시 40분 쯤 A씨가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에 찾아가 A씨 동생 B씨와 모친 C씨,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2020년 11월부터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호감을 가졌으나 A씨가 자신의 연락을 거절한 뒤 번호를 변경하는 등 연락을 받지 않자 A씨 집에 찾아가거나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등 스토킹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0일 자신의 주거지 근처 상점에서 청테이프를 훔치고, 같은 달 23일 A씨 주거지 근처 마트에서 과도를 훔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생 B씨와 모친 C씨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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