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산자물가 10년만에 최고 6.4%
유가, 원자재값 연초 들어 지속적 상승
인플레에 금리상승, 경기급랭 가능성
유가, 원자재값 연초 들어 지속적 상승
인플레에 금리상승, 경기급랭 가능성
[파이낸셜뉴스]생산자물가가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공급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해 석유와 원자재 값 상승, 공급망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올해도 유가 100달러 돌파 전망 등 주요 원자재 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물류비 부담까지 겹쳐 수출기업들의 단가 인상 요인이 산적했다. 공급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은 생산자물가에 반영된 데 이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제품값 인상으로 연결돼 내수둔화, 기업수익 악화, 임금인상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는 109.6으로, 전년 대비 6.4% 상승했다. 이는 2011년(6.7%) 이후 최고 기록이다.
최진만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지난해 1월말 배럴당 54.65달러였지만 12월말 77.24달러까지 상승했다.
석유, 원자재값 상승강도가 새해 들어 더 강해지면서 인플레 우려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53달러(1.79%) 오른 배럴당 86.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9일 이후 최고치이면서 4일 연속 상승세다.
국제유가 불안은 세계 원유 생산량 2위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과 예멘 후티 반군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리들과 석유 에널리스트들은 유가 상승세가 수개월간 이어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은 최근 10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이미 2배로 뛰었다. 구리값도 그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2.3% 오른 톤당 9856달러로 장을 마쳤다.
물류비도 상승세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일 현재 5094.36을 기록했다. 1주일 전인 7일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인 5109.6을 기록한 후 하락했지만 고공행진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이어 글로벌 공급망을 놓고 미국, 중국 등 주요국간 패권경쟁도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내놓은 '세계 주요 5대 경제권의 올해 정책방향과 한국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공급망 패권경쟁 계속되고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급발 인플레는 경기둔화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B)은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2%포인트 낮춘 4.1%로 하향조정했다. 국내 경기도 둔화 조짐이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가 전월 대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01.2로 전월보다 0.09p 하락한 것이다.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도 5개월째 하락세다. 통상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후 경기흐름의 가늠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회복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화된 가운데 공급망 차질, 인플레 확대 등에 따른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등 불확실성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급발 인플레는 수요부진, 기업수익악화 등을 불러오지만 현재는 (유동성 회수 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는 게 문제"라며 "경기급랭을 막을 수 있는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측면에서 봤을 때, 한은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 졌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윤재준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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