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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상자산 공약, 표를 떠나 올바른 정책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0 18:10

수정 2022.01.20 18:10

후보들 일제히 청년 구애
누가 당선되든 이행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가상자산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 후보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문재인정부와 달리 가상자산업 육성에 긍정적이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가상자산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윤 후보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문재인정부와 달리 가상자산업 육성에 긍정적이다. 사진=뉴시스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억제에 급급하던 문재인정부 정책과 대비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일 가상자산 4대 거래소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가상자산업을 제도적으로 인정해 다양한 사업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화승총을 쓰던 동학 혁명군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일본군 관군에 전멸당했다"며 "(가상자산을) 제도화하고 제도 안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가능성을 찾는 게 우리가 갈 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갔다. 윤 후보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공약을 발표했다. 코인 수익은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비과세로 하겠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 디지털산업진흥청(가칭)을 설립하겠다, 코인 발행(ICO)도 허용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후보는 20일에도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만큼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이 정한 몇 개만 빼고 일단 다 풀어주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가상자산 육성에 긍정적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5월 암호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두고 논란이 한창일 때 "건달들도 보호비를 뜯으면 나몰라라 하지는 않는다"며 "(세금만 걷으려는) 정부·여당의 인식과 태도는 건달만도 못한 것"이라고 맹비난한 적이 있다.

후보들이 가상자산 공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 표를 겨냥해서다. 청년 표는 3·9 대선의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후보는 답보 상태인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애를 쓰는 중이다. 윤 후보는 잃어버린 청년 민심을 되찾으려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공약을 오로지 '표(票)퓰리즘' 잣대로 볼 필요는 없다. 표를 떠나 후보들의 인식은 그르지 않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 과세를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세금을 물리려면 납세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부터 갖추는 게 예의다. 하지만 정부는 법제화를 생략한 채 무턱대고 세금부터 물리려 했다. 투자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후보들이 우선 법제화를 약속한 것은 이 같은 오류를 시정하겠다는 뜻이다.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다.
대표적인 것만 봐도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민주당 김병욱),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국민의당 권은희),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국힘 윤창현) 등이 있다. 누가 당선되든 투자자 수백만명의 이해관계가 걸린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은 필수다.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는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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