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버지 백신 예약한 내가 살인마" 길랭바레로 숨진 노인 아들의 절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1 08:22

수정 2022.01.21 08:44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안타까운 사연 올라와
청원인 "정부 말만 듣고 죽은 아버지만 피해자"
[파이낸셜뉴스]
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뉴스1
한 노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뉴스1


국가유공자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후 길랭-바레 증후군 판정을 받고 숨졌지만 '인과성 없음'을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을 침범하는 드문 염증성 질환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사지 근력 저하와 감각 이상이 동반된다.

오늘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백신 접종 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저는 가해자이자 살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눈에 띈다.

글 작성자 A씨는 "백신을 원하지 않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A씨의 부친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국가유공자이며 유도를 한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다. 지난해 6월 초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했고, 3주 뒤 같은 백신의 2차 접종을 마쳤다.

씨는 "아버지가 백신 접종 후 간지러움에 잠을 못 이루셨다"며 "온몸에 난 두드러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게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후 그의 부친은 넘어졌고 부상이 심해 다리 수술까지 예약했다. 수술 당일 고향에 내려간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의 부친이 팔, 다리 마비 증상을 보여 응급실에 갔다는 것이다.

A씨는 "휠체어에서 목만 겨우 가누시는 아버지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백신과의 연관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결국 길랭바레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추가 검사에서 림프종 4기 말 판정도 받은 A씨의 부친은 입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그는 "백신 접종 후 팔, 다리 마비에 혈액암 말기 판정까지 갑작스러운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했다"며 "아버지의 백신 예약을 전화로 직접 잡았던 제 목젖을 찢지 못해 괴로워하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백신 인과성 없음'을 공식 통보받았다고 밝힌 A씨는 "공무원으로부터 '이의 제기는 할 수 없으니 필요하면 병원비를 청구해봐라. 그것도 될지는 모르겠다'는 무미건조한 답변을 들었다"며 "정부의 말만 듣고 죽은 우리 아버지만 피해자고, 행동한 저는 가해자이자 살해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당해보니 알겠다.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다.
가족은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었고 그 책임은 정부가 아닌 제게 있었다"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사진=뉴스1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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