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시기 부처 이합집산 예고
정부 교체기 ‘조직 보호’ 성향 커져
부총리제도 정착 안돼 조정력 약해
예산 갈등엔 부처책임 전환 의견도
정부 교체기 ‘조직 보호’ 성향 커져
부총리제도 정착 안돼 조정력 약해
예산 갈등엔 부처책임 전환 의견도
■부처 이기주의 만연…컨트롤타워 부재
23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부처 갈등이 정권 말 심화되는 이유는 부처 이기주의가 꼽힌다. 부처의 업무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소신행정으로 볼 수 있으나 부처 간 업무영역이 겹칠 경우 적절한 협상과 중재로 효율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갈등 당시 업계에서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에 기업만 피해를 본다"며 비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서도 "법률로 제대로 규율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바로잡는 본질보다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건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 해운사 운임 담합사건 제재와 관련해서는 해양수산부 등과 이견을 보이면서 관련 업계의 지탄을 받아 왔다. 업계 현실을 도외시한 부처 원리주의에 빠졌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거래질서의 근간을 견지한다는 입장과 함께 "사건처리 과정에서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탄력적인 접근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은 대표적인 부처 밥그릇 싸움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총액을 제한하고 있는 수은법 시행령을 언급하며 "해외수주 무산 사례가 최근 4년간 최소 4건 이상에 121억달러(약 14조3809억원)로 추정된다"고 발언했다. 당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이후 홍 부총리는 "이것이 바로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둔 부처 이합집산이 예고되는 정부 교체기여서 영역을 지키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
문제는 빈번한 갈등을 조율할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 때 장관을 역임한 한 관계자는 "부처 간 갈등은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무보와 수은의 갈등 등은) 청와대나 국무조정실이 맡는 게 나았을 수 있다"며 "기재부 산하인 수은이 개입된 문제에 경제부총리가 나선 것은 (공식회의를 거쳤지만) 선수가 심판 역할까지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부재의 원인을 두고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부총리 제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원희 한경대 총장은 "현재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가 있지만 부처 간 갈등에서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예산권이 없는 사회부총리의 경우 (경제부총리보다 갈등 조정력이) 더 약하다"고 설명했다.
■"예산 관련 부처 책임 강화해야"
갈등 조정의 문제는 예산 문제가 포함돼 있을 경우 더 첨예하다. 예산이 곧 부처의 규모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둘러싼 교육부와의 갈등 등 기재부와 타 부처 간 갈등에서 이 같은 양상이 잘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예산편성권에 대한 미시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총장은 "각 부처의 중복되는 사업의 경우 조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과거 노무현정부 때도 이 같은 고민 때문에 위원회 조직을 뒀지만 예산권이 없어 조정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로, 현재 기능하는 위원회들도 예산권이 없어 속된 말로 부처별 보고서를 짜깁기해 보고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 간 갈등을 줄이고 부처 이기주의를 최소화하려면 기재부가 큰 틀에서는 예산편성권을 행사하되 미시적으로는 비슷한 기능의 정책예산은 합치는 포트폴리오 예산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에 대한 부처의 책임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재부가 예산을 조정하되 현재처럼 (정부 부처의) 미시예산까지 손대지 않아야 한다"며 "부처별 예산을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된다면 현재처럼 (예산 따내는 것을 목표로) 조직을 키우려고 갈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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