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파산 선언한 자영업자들 "코로나 빚, 갚을길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5 18:00

수정 2022.01.25 18:00

방역조치 규탄하며 릴레이 삭발
설 앞둔 시장 상인들도 한숨만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회원들이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회원들이 25일 국회 앞에서 열린 '분노와 저항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명절이 옛날 같아야 대목이지. 이제는 개털이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20여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나모씨(60)가 이같이 말했다.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같은 매출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는 푸념이다. 나씨는 "사람이 모이질 못하는데 과일이 많이 팔리겠나"라면서 "올 설에도 기대는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라진 단체주문…"적자나 줄여야"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명절 상차림은 간소화되고, 물가는 상승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뉴스가 25일 만난 전통시장 상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설 대목은 옛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10여년째 떡집을 운영하는 장모씨(64)는 "명절이 되면 경로당에서 단체로 떡을 주문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주문이 사라졌다"며 "평소보다는 매출이 낫지만 대목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상승한 물가로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많았다. 생선가게 업주 한모씨(58)는 "수입산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다보니 동태 값도 30%가 올랐다"며 "국내에서도 노동력이 많이 드는 품목은 하나같이 가격이 올랐는데 비싸면 손님들은 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태포와 유과 등 제수용품을 파는 최모씨(66)는 "설탕, 식용유, 찹쌀, 밀가루 값이 모조리 올라 명절용 과자도 싸게 팔 수가 없다"며 "어쩔 수 없이 마진은 낮추는 대로 낮추고, 그래도 못 파는 제품은 모두 반품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손님 없어 멍하니 휴대폰이나…"

비슷한 시간 양천구 전통시장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오목교 중앙시장은 한산했다. 출입구 쪽 가게 몇 군데에만 손님이 1~2명씩 붙어 있을 뿐 기다랗게 나 있는 시장 길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상인들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과 쪼그라든 명절 분위기에 대해 성토했다. 쌀가게를 하는 70대 A씨는 "명절이 되면 콩이나 찹쌀을 보러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주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여기저기서 20년 넘게 시장 장사를 했는데 이런 설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9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코자총)는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299인 릴레이 삭발식을 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를 규탄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빚은 한 푼도 갚을 길이 없다"며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소급보상 △매출피해가 일어난 모든 자영업자의 피해 전액 보상 △신속한 영업재개 등을 촉구했다.

민상헌 코자총 공동대표는 "자영업자들이 수입이 없어 가족과 같은 근로자를 내보내고, 월세나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도 누구 한 명 관심이 없다"며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빚은 한 푼도 갚을 길이 없다.
오늘부터 총파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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