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러시아에 '강력한' 수출통제 조처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은 각종 경제보복 대응을 경고하며 러시아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AP는 미국이 유사시 취할 수 있는 보복수단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미 달러와 국제 은행 망에서 고립시키는 것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이들을 포함한 개인에 대한 제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수주일에 걸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은 전례 없는 대러 금융제재를 경고하고 나선 상태다.
■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은 스위프트(SWIFT) 금융망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방법이다.
스위프트 금융망은 해외 송금을 위해 수십년 전에 도입한 시스템이다.
이망에서 러시아를 축출하면 러시아의 해외 금융 거래가 순식간에 마비돼 경제에 심각한 후폭풍이 몰아닥친다. 충격은 즉각적인 데다 장기적이기까지 하다.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스위프트 망에서 축출된 뒤 오랜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스위프트 망에서 제외되면 러시아는 대부분 국제 금융거래를 차단 당한다. 러시아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품 석유·천연가스 수출 대금도 받을 길이 막막 해진다.
미국과 유럽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이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가 스위프트 망 축출은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격하게 반발하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러시아는 이후 스위프트 망을 우회하는 자체 금융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부분적인 성공만을 거뒀을 뿐이다.
그렇지만 러시아를 스위프트 망에서 내쫓으면 피해를 입는 것이 러시아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란은 경제규모도 작고, 이란 석유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의존도 역시 높지 않아 이란 고립은 이들 국가에 심각한 충격을 부르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특히 미국의 핵심 유럽 동맹인 독일이 큰 충격을 받는다. 양국간 에너지, 교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아날레나 베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 스위프트 망 축출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 달러 결제 중단
러시아를 옥죄는 또 다른 효과적인 수단은 러시아를 달러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달러는 하루 거래 규모만 수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금융거래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통화다.
달러 거래 최종 결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나 미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미 금융기관과 연결되지 않으면 달러 결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이란, 수단 등을 비롯해 각국을 상대로 달러결제중단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달러결제중단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프트망과 달리 달러결제중단은 미국이 단독으로 강행할 수 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상당수 러시아인들과 기업들이 일상적인 대외 경제활동에도 지장을 받는다.
■ 수출 통제
미국이 검토하는 또 다른 카드는 수출통제다.
러시아가 첨단기술제품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러시아는 수출통제가 현실화할 경우 군용 항공기부터 여객기 등을 만드는 부품을 조달할 수 없다. 스마트폰, 기타 소프트웨어, 첨단 전자제품 등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첨단 기능도 포기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수출 통제하는 국가들은 쿠바, 이란, 북한, 시리아 등이다.
수출통제가 현실화하면 러시아는 미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소프트웨어, 장비 등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는 기계장비, 스마트폰, 게임용 콘솔, 태블릿 PC, TV 등을 러시아가 구입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러시아 산업의 핵심인 방산, 민항기 제작 부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 큰 문제는 미래 먹을거리 경쟁에서도 뒤처진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개발 등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 러 국채 매입 금지
미국이 러시아를 옥죌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채권이다.
미국이 금융기관들을 압박해 러시아 국채를 사지 못하도록 하면 러시아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을 수 있다. 비록 부채를 줄여왔다고는 하지만 어느 나라나 해외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에도 러시아 국채 매입을 제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국채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로 이미 발행된 국채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유통시장까지 미국이 봉쇄하면 러시아는 심각한 재정난에 부닥칠 수 있다.
■ 노르드스트림2
러시아가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드스트림2에 대한 제재도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다.
미 의회는 이미 제재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공화당은 즉각적인 제재를, 민주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하자는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일에 미칠 타격을 고려해 이를 배제했지만 수면 아래에서 이 방안 역시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스관을 가동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푸틴 자신과 측근 압박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압박 수단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가장 많이 써먹은 푸틴과 측근 등 개인에 대한 제재다.
푸틴 측근과 러시아 재벌들, 은행들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짐 뱅크스(인디애나·공화) 하원 의원이 동료 공화당 하원의원 약 40명의 공동서명을 받아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이라도 미국은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다.
스위프트망에서 러시아를 축출하는 방안부터 노르드스트림2 제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방안이 망라돼 있다.
아울러 러시아 고위층에 대한 직접 제재 방안도 이 안에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에는 푸틴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2004년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에바와 푸틴 가족들에 대한 제재도 포함돼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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