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공정위 결론 지켜보는 EU·美·中·日…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순항할까

뉴스1

입력 2022.01.26 06:30

수정 2022.01.26 06:30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2021.12.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2021.12.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인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근무자들이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2022.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인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근무자들이 수출 화물을 싣고 있다. 2022.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리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EU, 미국, 중국, 일본 등 필수신고국들이 승인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경우처럼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EU 경쟁당국은 대형 항공사 간 기업결합 심사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국내 공정위뿐 아니라 출발·도착 노선이 있는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인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 EU·미국·중국·일본 등 필수신고국과 영국·싱가포르·호주를 포함한 임의신고국 등 7개국 경쟁당국이 양사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이래 터키·대만·베트남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태국으로부터도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받았다.

주요국인 미국·EU·중국·일본 등에 앞서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는 것은 두 회사의 결합은 국내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은 글로벌 1위·4위 간 메가 결합이었던 데다 전체 시장 중 60% 이상이 유럽이기에 EU의 판단이 절대적이었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은 국제선이라고 해도 모두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노선이어서 공정위 판단의 영향력이 클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하는 유럽 노선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에 그친다.

전체 글로벌 여객시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순위도 각각 40위, 60위권(국제선·국내선 합산 기준)이어서 해외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2020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대한항공은 40위(국제선 19위), 아시아나항공은 66위(38위)다.

그러나 최근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추세여서 대한항공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캐나다 1위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EU 경쟁당국이 내건 승인 조건이 가혹하다며 에어트랜샛 인수 추진을 지난해 스스로 철회했다. 당시 구체적인 승인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출발·도착지가 겹치는 노선에 대해 경쟁제한성 완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캐나다로썬 코로나19 상황에 경쟁제한성 완화 조치까지 이행하면 합병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화물부문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화물시장 순위로 각각 6위(국제선 5위), 20위(19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객부문과 달리 글로벌 영향력을 가지는 규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물사업을 펼치는 항공사가 많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시기 대한항공의 화물 경쟁력이 빛을 발했다"면서 "항공물류는 해운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EU 등에서 대한항공의 핵심 역량을 견제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양사의 화물수송량을 합친다 해도 독과점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화물부문에 대한 제한조치 우려는 지나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도 화물은 여객 대비 신규진입 및 증편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서비스가 동질적이어서 경쟁제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 최종 결정이 해외 경쟁당국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쟁당국이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EU·중국·일본 등 주요국가들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건 우리 공정위 결정을 참조해서 판단을 내리려는 것"이라며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내용이 해외 경쟁당국의 잣대가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국기업에 다소 유리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용식 교수는 "중국의 경우 인접 국가인데다 글로벌 항공사들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가 나온다는 것에 대해 견제하는 요소를 담을 수 있다"며 "다만 경쟁국이라고 불합리한 조치를 내리면 훗날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의견서를 검토한 후 다음달초 전원회의를 열어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심의한다. 앞서 심사보고서를 통해 양사의 일부 슬롯(시간별 공항 운항 권리)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다만 향후 해외 경쟁당국이 추가적으로 조건을 요구할 경우 공정위는 추가 심의를 통해 이를 이행하게 할 것인지 다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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