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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주차장 내리막길서 '쾅'…"운전자 과실 50%" 황당 판결[영상]

뉴스1

입력 2022.01.26 08:50

수정 2022.01.26 08:56

(유튜브 '한문철 TV' 갈무리) © 뉴스1
(유튜브 '한문철 TV' 갈무리) © 뉴스1


판결문 (유튜브 '한문철TV' 갈무리) © 뉴스1
판결문 (유튜브 '한문철TV'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하주차장 입구 내리막길이 얼어붙어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법원이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해 한문철 변호사가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미끄러져 내려가 벽에 그대로 충돌, 근데 제 잘못이 50%나 되나요? 판사님은 피할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한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7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발생했다. 이날 A씨는 눈이 많이 온 날씨에 내리막길 지하주차장 초입부터 브레이크를 밟고 서행했다.

그러나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차량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A씨는 전방에 주차된 다른 이의 차량을 피해 핸들을 돌려 벽과 충돌했다.

이후 A씨는 주차장 내 사고는 시설물 배상책임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리사무소 측에 사고 접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건물 측은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분노한 A씨는 우선 보험사를 통해 자차 보험으로 처리했고, 보험사는 사고가 난 건물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같은 상황을 제보받았을 당시 한문철 변호사는 "어떤 차라도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건물에서 관리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건물이 100% 책임져야 하지만, 당일 눈도 많이 내리고 미끄러울 수 있는 상황이기에 '조심했어야지'라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과실 30%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의 과실 판단은 50:50이었다. 법원은 "(건물 측은) 지하주차장 출입로 바닥 전반에 눈과 염화칼슘 등이 혼재돼 흩뿌려져 있는 점 등을 들며 제설작업을 했다고 주장하나, 다수의 차량이 통행하고 경사가 상당한 지하주차장 출입로의 특성상 염화칼슘 살포뿐만이 아니라 눈 등 이물질을 제거해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주차장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차량 운전자의 운전상 과실이 이 사건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결에 한 변호사는 "아이고, 판사님. 판사님은 저걸 피할 수 있냐. 더듬이처럼 앞을 미리 본 뒤 '저기 눈이 있으니까 들어가지 말자'고 할 수 있냐"며 "어떤 차도 미끄러지는 걸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판사님께서 50대 50이라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이어 "운전자 잘못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50대 50이다? 어떻게 그런 판결이 있냐"며 "운전자가 뭘 잘못했는지 얘기를 해야 한다.
거기에 가면 누구든지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끝으로 한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매우 동떨어진 판결도 가끔 보이는 것 같다.
속이 쓰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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