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비극의 시작은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소개업자 A씨는 내연관계인 B씨를 통해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동대표였던 C씨(당시 62·여)를 2017년 8월15일 처음 만났다. 그 아파트 단지의 또 다른 동대표였던 B씨가 C씨에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늘렸다"며 환심을 샀던 덕분이었다.
A씨는 첫 만남 약 2주 뒤인 8월30일부터 이듬해 6월28일까지 C씨로부터 경남 밀양, 부산 기장의 임야 등에 모두 11억6500만원을 투자받았다.
C씨가 이들 부동산의 투자금액이 실거래가보다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2018년 12월6일이다. C씨는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받지 못하자 A씨를 고소한다.
급해진 A씨가 이자 변제 등을 조건으로 한 합의서를 작성해 C씨가 고소를 취하하게 했으나 A씨에게는 합의 이행의 여력이 없었다. 이 문제로 B씨와 C씨가 몸싸움을 하다 112에 신고되고 C씨가 합의서 이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A씨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A씨는 범행의 공범으로 D씨를 물색했다. D씨가 교통사고를 가장해 C씨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기로 모의했다. D씨는 범행의 대가로 B씨에게서 2300만원을 받기로 했다. 범행 과정에서 C씨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2019년 4월5일 오전 7시30분쯤 A씨와 D씨는 미리 봐둔 범행 장소에서 두번 살해 연습을 한 뒤 자동차 2대에 나눠타고 C씨의 집 앞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이후 C씨가 집을 나오자 A씨가 D씨에게 알렸고 D씨는 급가속해 C씨를 들이받았다. D씨는 브레이크를 한번도 밟지 않았고 C씨를 들이받고도 17m나 더 달렸다. 자동차에 튕겨 날아올랐다 떨어진 C씨는 뇌신경축삭 손상 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D씨와 함께 C씨를 미행하려 했을 뿐 범행을 저지를 의사가 없었고 살해할 고의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B씨가 D씨를 시켜 교통사고로 위장하도록 교사할 것을 알았음에도 적극 말리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은 방조범일 뿐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일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범행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했다. A씨와 D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A씨가 적어도 살해 고의를 가지고 있었고 범행의 실행을 주도적으로 지시하며 미리 공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매우 대담하고 치밀하다"며 "C씨를 속여 1억원 이상을 편취한 사실이 들통나자 극단적 방법으로 범행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물질적 유혹을 이기지 못한 D씨가 원한관계도 없고 사적으로 알지 못하는 C씨에게 범행한 것은 동기가 매우 좋지 못하다"며 "피해자는 현재 반혼수 무의식상태로 범행의 결과가 살인에 가까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0년, D씨에게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이들의 죄명이 살인미수에서 살인으로 변경됐지만 형량의 변화는 없었고 2020년8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이들의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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