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라토리엄 파기 언저리, 매우 심각한 전략도발 의미
월간 기준 사상 최다, 한국의 대선판 영향력 주려는 의도
설 밥상에 북한의 위협 압박, 대화 유도 여론 형성 노려...
계속된 도발에 규탄 아닌 유감 반복, 레버리지 상실 방증
월간 기준 사상 최다, 한국의 대선판 영향력 주려는 의도
설 밥상에 북한의 위협 압박, 대화 유도 여론 형성 노려...
계속된 도발에 규탄 아닌 유감 반복, 레버리지 상실 방증
합참은 이날 오전 7시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000km로 탐지됐으며, 한·미 연합자산에 탐지된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이달 들어 이번이 6번째로 순항미사일까지 포함하면 7번째 무력 도발이다.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대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하고, 추가 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이날 오전 이번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다"며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외곽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날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9월 화성-12형 발사 이후 약 4년 4개월 만이다.
2018년 이후 중단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유예 철회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최소 IRBM(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중거리탄도유도탄)급으로 매우 심각한 전략도발이란 의미다.
북한의 이번 올 7번째 도발, 중거리 탄도미사일 고도 약 2000㎞는 사거리 5000~6000㎞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앞서 2017년 4월 29일과 5월 14일, 8월 29일, 9월 16일 등 4차례에 걸쳐 북태평양 방향으로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2형’는 첫 시험 땐 1분 만에 추락했으나, 두 번째 시험부턴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화성-12형’은 러시아의 RD-250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백두엔진’을 처음 사용한 북한의 탄도미사일로써 김정은은 이를 ‘주체탄’이라고 명명하고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 타격권 안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화성-12형’의 두 번째 시험발사 때 관영매체를 통해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화성-12형’ 시험에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이는 고각발사 방식이 적용됐다며 통상적인 각도로 쏘아 올릴 경우 사거리가 5000~7000㎞에 이를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설명절 연휴 시작으로 대규모 사회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북한이 한 달 새 총 7차례 미사일 발사를 한 건 월간 기준 사상 최다기록이다.
북한은 새해 들어 5일, 11일에 북한 주장 '극초음속미사일' 탄도미사일 각 1발씩의 시험발사와 14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17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각각 2발씩 쏴 무력 도발을 계속해 왔다.
25일에도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쏜 지 사흘만이다.
북한은 6·25전쟁도 일요일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남침을 감행하면서 시작되었다. 북한은 상대방이 느슨하거나 방비가 취약한 시간대를 활용하여 공세를 펼치는 기습전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심리전과 병행하기 위해 이번 연휴기간을 도발의 적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진단된다.
이번에는 이러한 ‘시기’라는 요소를 심리전 차원에서 활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집요하게 도발을 이어 가겠다는 심리전이 녹아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정부의 지금까지의 유감 표명은 북한에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대북 레버리지가 상실됐음을 방증한다"며 "‘규탄’도 아닌 ‘유감’ 표명 반복으로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이번 연휴 중 실시될 대선후보 토론에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는 ‘대선’과 함께 ‘북한의 위협’도 설 밥상에 오르도록 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니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식의 민심 유도, 어떤식으로든 대선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인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한국에서 이번 설연휴 밥상에 오를 최대의 화두인 대선 국면에서 설밥상에서 만들어지는 민심의 향방이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어 한국의 대선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또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지나치게 북한 입장에서 사고하는 ‘내재적 접근’을 지향해야 하고 북한의 위협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과소평가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평가하는 객관적 시각이 중요하고 의연한 대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엉뚱한 변수에 영향을 받도록 방치하는 것은 북한의 대선개입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이번에 지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65개 회원국 가운데 순번에 의해 중국과 콜롬비아, 쿠바에 이어 오는 5월 30일~6월 24일까지 유엔군축회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다.
29일 폭스뉴스는 하이노 클링크 전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은 상황에 대해 "본질적으로 모든 유엔 회원국은 동등하게 대우받지만, 이는 유엔의 타당성이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국가가 표면상 군축회의 의장국이 될 것이라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