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뉴스1) 남승렬 기자 = "다음 대통령, 그래도 윤석열이 되지 않겠나. 윤석열이가 돼야 나라가 정상으로 좀 안돌아 갈라?"
"윤석열이가 될 것 같지만서도 아직 모르니더, 형님. 사람 마음이 다 우리 같다니껴, 어디."
"맞니더, 형님요. 경기도나 전라도에 가면 이재명이 콘크리트 지지층도 맹 많니더. 또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안동 예안 사람 아이껴. 아직 모르니더."
3·9 대통령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심과 표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설 명절 연휴 이틀째인 지난 30일 오후 TK(대구·경북)지역 A 지자체의 한 마을회관에선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올해도 어렵게 모인 타지의 50~60대와 고향의 70~80대 등 일가 친척, 마을 주민들은 설 연휴 밥상에 단연 대선 등 정치 이슈를 올려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평가를 날 것으로 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준 TK의 정치적 풍토 탓에 밥상머리 민심은 정권 연장보다는 정권 교체에 대체적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한 70대 주민은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퍼주기식 공약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 같다. 안동 사람이라서 정이 조금 가기는 하나,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나라 곳간 다 빌 것"이라고 했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인천에서 고향에 내려온 조모씨(63)는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은 국민 다수가 알 것이고, 무엇보다 '내로남불' 식 민주당의 뻔뻔함을 5년간 더는 볼 수 없어 여당에게만은 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보수 텃밭'이라는 TK 정서 탓일까.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강했지만, 윤석열 후보에 대한 평가도 그리 후하지만은 않았다.
60대 이모씨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윤석열에게 한표를 줘야겠지만, 평생 검사만 한 사람에게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겨도 될지는 여전히 걱정스럽다"며 "경선에서 차라리 다른 후보가 됐으면 본선 구도가 더 좋지 않았겠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50대는 "무엇보다도 부인 김건희씨를 비롯한 처가 리스크와 무속 리스크가 여전히 불안하다"며 "우리 같은 일반인이 무속에 의지해 점을 보고 굿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국민이 뽑은 선출직 최고 공무원과 그 부인이 무속에 의지해 국정을 논한다면 정말 무서운 일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권 연장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달라 세대간 정치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박모씨(서울·38·여)는 "정말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아버지가 뉴스에 대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민주당은 무조건 안돼. 이재명 대통령 되면 나라 망해'라고 말씀하셔서 '정책을 보고 평가 하셔야지, 무조건 안된다고 하시면 어쩌시냐'고 한마디 했다가 사소한 언쟁이 났다"며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이곳의 정치적 풍토가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20대 대선이 헌정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접전 승부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TK 민심의 향배는 정권 교체에 쏠린 듯 하면서도 예단하기는 힘든 면이 있었다.
경북 한 지자체 주민 정모씨(67)는 "윤석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나, 국가 지도자 자질적 측면에선 이재명이 더 나아보여 아직도 사실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며 "앞으로 예정된 양자 토론이나, 다자 토론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5년을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일지 골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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