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北, 화성-12형 실전배치 "어제 검증 사격" 미 본토 타격 가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31 08:56

수정 2022.01.31 10:01

북 매체 "화성-12형, 생산장비" 양산 언급
4년4개월만 IRBM급 도발, 김정은 미참관
전쟁 초기에 한·일본 주둔 미군 상대 목적
미·일의 개입을 억제, 한국 고립 통일 포석
북한은 전날인 30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보도에서 '화성-12형'의 발사 장면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갭처
북한은 전날인 30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보도에서 '화성-12형'의 발사 장면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사진=평양 노동신문 갭처
[파이낸셜뉴스] 31일 북한 노동신문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했으며 미사일에 전투부(탄두)에 카메라를 달아 발사하면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참관은 언급은 없었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가 '검수사격'이라며 "생산장비되고 있는 무기체계를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30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됐다"며 "국방과학원은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신문은 "국방과학원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해 우리나라 서북부 지구에서 조선 동해상으로 최대고각발사체제로 사격 시험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전날인 30일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52분께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800km, 고도는 약 2000km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 탄도미사일 사거리. 자료=2020국방백서
북한 탄도미사일 사거리. 자료=2020국방백서
북한의 이날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7년 9월 화성-12형 발사 이후 약 4년 4개월 만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고각발사한 북한의 이번 올 7번째 도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고도 약 2000㎞는 사거리 5000~6000㎞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2018년 이후 중단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유예 철회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최소 IRBM(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중거리탄도유도탄)급으로 매우 심각한 전략도발이란 의미다.

북한은 앞서 2017년 4월 29일과 5월 14일, 8월 29일, 9월 16일 등 4차례에 걸쳐 북태평양 방향으로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했다. ‘화성-12형’는 첫 시험 땐 1분 만에 추락했으나, 두 번째 시험부턴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화성-12형’은 러시아의 RD-250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백두엔진’을 처음 사용한 북한의 탄도미사일로써 김정은은 이를 ‘주체탄’이라고 명명하고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 타격권 안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화성-12형’의 두 번째 시험발사 때 관영매체를 통해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화성-12형’ 시험에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이는 고각발사 방식이 적용됐다며 통상적인 각도로 쏘아 올릴 경우 사거리가 5000~7000㎞에 이를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를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최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개막식이 끝난 뒤 전람회장을 돌아보는 김정은. 사진=평양 노동신문 캡처
지난해 3월 16일 글렌 벤허크 미군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신형 ICBM 시험발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북한은 최대 3가지의 미사일로 우리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벤허크 사령관은 "북한은 지난 2017년 전략무기의 파괴력을 높인 열핵장치뿐만 아니라 미국을 사정권에 두는 3종류의 ICBM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2017년 7월 4일과 28일엔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 측 발표에 따르면 '화성-14형'은 첫 시험 땐 933㎞ 거리를 39분 간 비행하며 최고 2802㎞ 고도까지 올라갔고, 두 번째 시험 땐 998㎞ 거리를 47분12초 간 날면서 3724.9㎞ 고도까지 상승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화성-15형'의 사거리는 8500~1만3000㎞로 특히, 다탄두(MIRV) 기술이 적용됐을 것이란 추정·분석이 나왔다.

또 북한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그간 공개된 적이 없는 신형 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31일 VOA(미국의소리 방송)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인용해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원하는 이유는 침공이 시작되면 전쟁 초기에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소장은 “북한이 성공적으로 그렇게 하기 위해선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미사일, 다시 말해 방어망을 피할 수 있고 상당히 정확한 미사일이 필요한데, 북한이 계속 다른 측면을 가진 (미사일)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또한 “북한의 잇따른 시험 발사는 전술핵무기와 함께, 중·단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신형 미사일을 다수 개발하겠다는 김정은의 지난해 1월 당대회 발언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VOA는 "정상 각도로 쐈다면 3천 5백에서 4천 5백km를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도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최종적으로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미국 혹은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일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이 북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리엄스 부국장은 “일본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도 결국은 일본의 참전을 막아 한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을 동맹으로부터 떼어내 한반도를 북한 주도로 통일하려는 장기적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