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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정쟁만 남기고 토론 무산.. 유불리 셈법에 대국민 검증 좌초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1 12:32

수정 2022.02.02 13:54

1월 31일 李-尹 양자토론 진통 끝 무산
토론 주제, 자료 지참 여부에 끝까지 충돌
'대장동 자료' 등 유불리 따지다 검증 무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22.1.18/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22.1.18/뉴스1.
[파이낸셜뉴스] 당초 1월 31일 예정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 양자토론이 '정쟁'과 '국민 피로감'만 남기고 최종 무산됐다. 양측은 토론 주제와 자료 지참 여부를 놓고 샅바싸움을 이어간 끝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철야농성에 나설 정도로 논란이 됐던 양자토론이 결국 양측의 '유불리 셈법' 전략 싸움으로 번져 개최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토론 논의 과정에서 이미 국민 피로감이 높아져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을 검증 받기 위한 토론이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與 "尹, 토론회피" vs 野 '대장동 검증'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윤석열 후보 측은 전날 저녁(1월 31일) 국회에서 양자토론을 하기로 했지만 논의에 진통을 겪다 무산됐다. 양측은 토론 주제에서 1차 격론을 벌인 후 최종적으로는 '자료 지참 여부'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처음부터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주장한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우리가 무자료 토론이 좋다고 화답하자 국민의힘은 메모 정도는 가지고 들어가자고 말을 바꿨고, 또다시 메모가 아니라 자료를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고 규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주제 없는 토론을 고집하기에 이재명 후보가 양보하고 양자토론의 물꼬를 텄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네거티브 자료를 한 보따리 들고 오겠다고 어깃장을 부리며 토론을 끝내 무산시키려 한다"고 일갈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토론할 뜻이 없었던 것"이라며 "4자 토론을 회피할 목적으로 양자토론을 제안하고, 양자토론을 수용하니 주제 없는 토론을 다시 고집했던 것이다. 이마저 수용하니 커닝자료를 반입하지 못하게 해서 토론을 못한다며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첫 주식시장 거래일인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해 세리머니 장소로 향하고 있다. 서울경제 제공, 뉴스1.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 첫 주식시장 거래일인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2022 증시대동제'에 참석해 세리머니 장소로 향하고 있다. 서울경제 제공, 뉴스1.
국민의힘도 토론 무산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설 연휴인 오늘(1월 31일)도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오전까지 기다려봤다. 하지만 민주당 협상단은 오지 않았고 박주민 단장은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토론협상단은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이번 양자토론을 거부하려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자료는 상대 후보의 공격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한 필수품"이라며 "이 후보가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봉쇄하려는 의도다. 자료지참 여부가 왜 토론의 기피, 불가 이유가 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역공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는 향후 실시될 선관위 주최 법정토론에서도 자료 없이 토론하길 바란다. 민주당 주장에 따르면 자료 보고 토론하면 '커닝토론' 아니겠나"라며 "당장 양자토론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유리한 방식 고집하다 토론 무산.. '정쟁' 피로감
이재명, 윤석열 후보 측은 '자료 지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집하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은 당초 토론 주제 구획을 정하자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 후보 측은 '무자료'를 주장한 국민의힘 의견을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이 다시 말을 바꿨던 점을 들어 공세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대장동 의혹만 다룰 게 아니라 국정 전반, 민생 경제에 대한 역량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대장동 의혹 관련 송곳 검증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힘은 토론 주제를 정하지 말자는 입장과 함께, 최종적으로는 대장동 의혹 검증을 위해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 주제를 정할 경우 대장동 검증에 충분한 시간을 쓰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정책 토론에,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 검증을 위한 토론에 방점을 찍으면서 양측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토론 무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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