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겨울 내내 계속되면서 실제 침공 시 국제 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며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면 국제 경제가 받는 충격파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선 눈에 띄는 위험은 식품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세계 6위의 수출국이다. 두 국가의 수출량을 합하면 전 세계 물량 대비 29%에 달한다. 양국이 전쟁에 돌입하면 우크라이나 밀 수출이 멈추는 동시에 러시아 밀도 서방 제재 및 전략 자원 비축 명목으로 수출길이 막힐 전망이다.
비료도 문제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암모니아를 수출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 비료의 재료이며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암모니아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또 다른 화학비료 원료인 탄산칼륨 역시 수출하고 있다. 미 자산운용사 어게인자산운용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러시아 정부가 앞으로 2개월간 암모니아 수출 금지를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반구에서 파종 시기가 머지않았다며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원자재도 사정이 비슷하다. 캐나다 은행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헤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대표는 “러시아는 단순히 주유소 수준이 아니라 원자재 업계의 초대형 마트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액은 64억달러(약 7조7171억원)로 세계 1위였다. 팔라듐은 수소전지와 자동차용 촉매 전환기 등에 반드시 필요한 희귀 금속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2020년 기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러시아는 일평균 약 50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크로프트는 현재 배럴당 9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러시아의 침공 즉시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 금융체계에 집중 제재를 가해 석유 거래를 포함한 달러 결제를 방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크로프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식량, 원자재 가격이 전쟁으로 급등한다면 가뜩이나 심각한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시와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에 나타나는 피해는 협상 진행을 좀 더 기다려야 알 수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투자자 보고서에서 러시아 회사채와 미 국채 가격 차이가 지난 몇 주 동안 크게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자산을 기초로 만든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아이셰어 MSCI 러시아ETF는 올 들어 7.9% 밀렸고 지난 3개월 동안 21.9% 추락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루블 가치는 올해 들어 2.2% 올랐고 지난 5 거래일 동안 4.1% 상승해 다른 신흥시장 화폐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를 두고 미 외환 컨설팅기업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대화를 진행중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정치인들만큼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TD증권의 바트 멀렉 글로벌 상품 전략가는 전쟁 가능성이 50% 미만이지만 실제로 발생하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이에 따른 제재 정도에 따라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시장전략 대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미 증시의 관계에 대해 "위험요소는 분명하지만 시장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정책에 더욱 관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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