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지정함에 따라 회원국들 사이 분열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와 도이체벨레(DW) 등 유럽 언론들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통한 특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 위원장은 ‘유럽판 그린 딜’을 “유럽판 인간의 달 착륙”에 비유하면서 “기후 중립은 유럽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를 심각하게 여겨왔다며 앞으로 유럽이 제로 탄소 배출을 실천하는 첫 대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W는 그러나 이 같은 폰데어라이엔의 발언에도 EU가 어떠한 방법으로 달성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검토가 가능한 것으로 EU의 친환경 투자 규정인 ‘녹색 분류 체계’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시키는 것이 있다.
유럽의회와 EU 27개 회원국은 녹색 분류 체계를 앞으로 검토하게 된다. EU 회원국들은 이것을 통과시킬 것이 유력하나 유럽의회에서는 진통이 예상된다.
EU집행위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경우 오는 2035년까지 저탄소나 재생 가능한 가스를 사용할 경우만 친환경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원자력 발전소도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야 녹색으로 분류하도록 했으나 현재 세계 어디에도 영구 처리장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 EU집행위의 결정에 예상대로 일부 EU 회원국들은 즉각 반발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원자력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EU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집행위가 강행한다면 레오노어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장관이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베슬러 장관도 "이번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며 "EU 집행위는 원자력 에너지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이용한 ‘위장된 친환경’ 작업에 합의했다”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도 이번 결정으로 EU의 목표인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발했다.
또 EU의 자문기관들도 원자력 발전소 사고 사례를 언급하면서 환경피해로 이어질 것이며 발전소 건설 기간 또한 길어 목표 연도인 2050년까지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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