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분쟁 대비 가스 확보 분주
주요 수입국 韓·日·印·中과 협의
카타르·이집트·리비아 등 생산국과
비상사태시 생산량 증산 논의도
러-우크라 충돌 국제경제 후폭풍
양국, 전세계 밀 수출비중 29%
식량·원자재값 급등 인플레 가중
미, 러 반도체 제재…장기적 악재
주요 수입국 韓·日·印·中과 협의
카타르·이집트·리비아 등 생산국과
비상사태시 생산량 증산 논의도
러-우크라 충돌 국제경제 후폭풍
양국, 전세계 밀 수출비중 29%
식량·원자재값 급등 인플레 가중
미, 러 반도체 제재…장기적 악재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는 것에 대비해 한국, 일본, 인도, 중국 등과 아시아 수입분을 유럽으로 보내는 것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타르와 이집트, 리비아 등 천연가스 생산국과도 비상사태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협의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일본 지지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발발시 천연가스를 유럽에 보내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인도, 중국 등 천연가스 수입국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유럽에 가스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약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외신들은 유럽연합(EU)도 아시아 국가들과 스와프 형택의 장기 가스 계약이 가능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인도는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중국은 춘제(설) 연휴로 인해 답변이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제재시 러시아도 맞보복으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우려가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 러시아에 반도체 공급 차단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에게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 중단할 것이며 이는 유례가 없는 제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항공과 해양 같은 전략 산업을 겨냥한 유사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백악관 소식통이 밝혔다.
소식통은 미국의 기술이나 설계, 제품을 사용하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엔진 등 무엇이든지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반도체 공급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액시오스는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업체가 생산한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용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미국산에 의존하는 외국기업 제품의 대러시아 수출도 제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애널리스트 에드 밀스는 "반도체가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금수가 전장에서 탱크를 멈추게 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새로운 무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입지를 볼 때 러시아가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것이라며 덧붙였다. 미 백악관의 대러시아 반도체 수출 제한은 전국 또는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백악관 고위관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언급한 인공지능(AI)나 권텀 컴퓨팅 같은 분야를 겨냥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를 무기화할 경우 기업들이 외국 반도체업체로부터 구매하면서 미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기술혁신재단 로버트 앳킨슨 이사장은 금수가 푸틴 대통령에게 침공을 재고할 수 있는 큰 지렛대 이긴하나 자주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재 마트' 러 봉쇄시 역풍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겨울 내내 계속되면서 실제 침공 시 국제 경제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며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이날 우크라이나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면 국제 경제가 받는 충격파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선 눈에 띄는 위험은 식품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 역시 세계 6위의 수출국이다. 두 국가의 수출량을 합하면 전 세계 물량 대비 29%에 달한다. 양국이 전쟁에 돌입하면 우크라이나 밀 수출이 멈추는 동시에 러시아 밀도 서방 제재 및 전략 자원 비축 명목으로 수출길이 막힐 전망이다.
비료도 문제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는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암모니아를 수출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 비료의 재료이며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암모니아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또 다른 화학비료 원료인 탄산칼륨 역시 수출하고 있다.
다른 원자재도 사정이 비슷하다. 캐나다 은행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이사는 "러시아는 단순히 주유소 수준이 아니라 원자재 업계의 초대형 마트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팔라듐 수출액은 64억달러(약 7조7171억원)로 세계 1위였다. 팔라듐은 수소전지와 자동차용 촉매 전환기 등에 반드시 필요한 희귀 금속이다.
캐나다 TD증권의 바트 멀렉 글로벌 상품 전략가는 전쟁 가능성이 50% 미만이지만 실제로 발생하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걷잡을 수 없는 물가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이에 따른 제재 정도에 따라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시장전략 대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미 증시의 관계에 대해 "위험요소는 분명하지만 시장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정책에 더욱 관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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