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공개한 대용량 배터리
파나소닉 올초부터 시제품 생산
LG엔솔도 같은 규격 샘플 개발
실제 양산 시점이 승패 가를 듯
파나소닉 올초부터 시제품 생산
LG엔솔도 같은 규격 샘플 개발
실제 양산 시점이 승패 가를 듯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전문회사 파나소닉이 미국 테슬라에 공급하는 전기차용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 이른바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올해 초부터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규격의 배터리 생산에 나서는 등 맞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파나소닉, 내년 본격 양산 목표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작년 4·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680 배터리 생산계획을 공개했다. 파나소닉은 4680 배터리 시제품을 일본 와카야마현 소재 공장에서 생산한 뒤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양산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이 내년 4680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800억엔(약 8409억원)을 투입, 일본 와카야마현 소재 공장을 증설하고 양산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생산량으로는 전기차 15만대분에 달하는 연평균 10기가와트시(GWh)가 거론됐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지난 2020년 9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서 소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5배, 출력을 6배 높이고 주행거리를 16~20% 늘린 것이 특징이다.
4680 배터리를 도입하면 테슬라 모델S의 경우 현재 650㎞인 주행거리가 750㎞로 늘어난다.
■LG엔솔, 4680 배터리 개발 앞장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장승세 LG엔솔 전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지난 2020년 3·4분기 LG화학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이상 높아진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머스크가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한 4680 배터리 규격과 정확히 일치한다. LG엔솔도 4680 배터리 샘플은 개발했지만 제품 양산 단계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규격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로 몇 가지 규격을 검토 중이긴 한데, 아직 어떤 크기로 할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번 원통형 배터리 대용량화를 통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리고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SK온은 LG엔솔, 삼성SDI와 달리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함과 동시에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뛰어들면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계획이다. 최근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이 주력차량인 스탠더드 모델의 배터리를 LFP로 교체하면서 LFP 배터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이 내년에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면 대단한 일이지만 낭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터리 크기를 키우면 에너지 밀도, 출력이 그만큼 높아져야 하는데 현재 기술에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파나소닉이 그런 기술력과 양산력을 갖췄다면 배터리 업계 1위를 해야 하겠지만, 실제 양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파나소닉이 4680 배터리를 양산할 무렵에는 LG엔솔, 삼성SDI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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