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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거티브 없는 TV토론, 합격점 줄 만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22:31

수정 2022.02.03 22:31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앞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박범준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앞서 여야 대선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선후보 4자 간 TV토론이 3일 밤 지상파 방송 3사 합동초청으로 처음 열렸다. 총평하면 합격점을 줄 만하다. 대장동 의혹을 놓고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에 날카로운 공방이 오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간간이 가세했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일정한 선을 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후보 배우자 등 친인척을 둘러싼 저급한 네거티브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진흙탕 선거란 비판을 받았다. 3일 토론은 이같은 이미지를 바꿀 기회다.

 
후보들은 부동산, 연금개혁, 미투, 자영업자 지원, 외교안보, 일자리와 성장 등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이런 건전한 공방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연금개혁을 놓고는 후보들이 즉석에서 개혁에 공감한다는 공동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논란과 관련, 윤석열 후보는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영업자 지원금 50조원을 두고 이 후보와 윤 후보가 티격태격한 것은 절차와 시기상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이재명 후보는 자제력이 돋보였다. 사실 윤 후보 등은 토론회 초반 대장동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국정감사, 검찰 수사, 언론 보도에서 검증된 것을 다시 얘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대신 "저는 민생과 경제 얘기를 하겠다"며 슬쩍 예봉을 피했다. 때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역공을 가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이 후보는 집권당 후보다운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윤석열 후보는 정치 신인 이미지를 벗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평생 검사만 한 윤 후보가 과연 국정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이번 토론의 관전 포인트였다. 윤 후보는 경제, 산업, 국방,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꽤 깊이 있는 견해를 보였다. 때론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정부 책임자들을 상대로 부동산 청문회를 열 필요성을 묻자 윤 후보는 "선거 얼마 안 남았다. 정권교체하면 된다"고 잘라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토론회에선 배우자 네거티브가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하다. 사실 이 후보든 윤 후보든 심각한 배우자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정도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자제력을 보인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공중파 방송토론에서 가족 비리를 들고 나오면 전파낭비, 시간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후보들은 앞으로도 몇차례 더 만나야 한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공식 토론회만도 세차례 잡혀 있다. 대선일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TV토론을 계기로 후보들이 신발에서 진흙을 털고 멋진 승부를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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