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나이키가 미국 커넥티드 운동기구 업체 펠로톤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펠로톤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 코로나19 수혜주에서 천덕꾸러기로
펠로톤은 실내자전거, 트레드밀(러닝머신)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업체다. 기구에 모니터를 달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로 가격을 대폭 올렸다.
모니터 속 트레이너가 함께 달리며 구호를 외친다. 집에서도 마치 체육관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잇단 안전사고와 리콜,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과 일상생활 복귀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때문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경영진 교체와 매각을 요구해왔다.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아마존과 나이키가 각각 인수가 적절할지를 놓고 예비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모두 펠로톤과 아직 대화에 나선 상태는 아니다.
펠로톤 인수는 기회일 수도, 도박일 수도 있다.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인수자가 제대로 된 회생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라질 수도 있는 업체다.
불과 1년전 500억달러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지금이 80억달러에도 못 미칠 정도로 회사 상태가 좋지 않다.
펠로톤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 미친다. 2019년 9월 공모가가 29달러였지만 4일 종가는 24.60달러다.
아마존이 인수할지 모른다는 소식으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30% 폭등했다.
■ 내부자 거부권이 걸림돌
펠로톤 매각을 결정할 핵심 열쇠는 존 폴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쥐고 있다.
폴리를 비롯한 내부 인사들은 회사의 이중 지분구조 덕에 매각을 비롯한 중요 결정사항 모두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마존이나 나이키에 인수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기전까지는 인수 제안이 와도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펠로톤 인수를 검토하는 곳이 이들만은 아니다.
소식통들은 애플과 대형 사모펀드들 역시 펠로톤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존은 펠로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펠로톤의 최대 약점인 공급망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어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또 펠로톤 주 소비자층인 부유층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프라임을 통해 고가인 펠로톤 운동기구 수요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 천달러짜리 운동기구를 사는 대신 정기구독서비스인 프라임에서 운동기구를 대여하도록 할 수 있다.
■ 경영진 집중 포화
펠로톤 지분 5% 가까이를 보유한 헤지펀드 블랙웰스캐피털은 폴리 CEO의 관리 실패를 공격하고 있다. 폴리가 투자자들을 오도했고, 자신의 아내를 경영진에 앉히는 등 족벌경영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블랙웰스는 폴리 아내가 경영진에 합류한 탓에 주주 가치가 400억달러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리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달 대규모 인력 감축과 생산 축소를 결정했다. 자사의 고급 실내용 자전거, 트레드밀 수요가 급감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앞서 CNBC는 지난달 20일 펠로톤이 수요 부진으로 인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도해 펠로톤 주가를 단 하루에 24% 폭락하게 만들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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