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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 쉬운 선택하는 어른보다 어른다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7 17:25

수정 2022.02.07 18:35

K좀비 신드롬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극한의 상황서도 우정 나누고
친구 믿으며 살아남으려 노력
바이러스는 희망의 씨앗일수도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감독(오른쪽)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달 28일 첫 공개 이후 9일째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감독(오른쪽)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달 28일 첫 공개 이후 9일째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은 난생 처음 촬영장 가는 길이 설렜던 작품이다. 기존엔 그날 찍을 장면을 걱정하면서 현장에 갔다면 이번엔 정반대였다. 매일 아침 애들 만날 생각에 설레고 기대됐다." 드라마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로 '다모 폐인'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재규 감독이 라이징 스타들과 함께한 넷플릭스 12부작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을 통해 또 대박을 터뜨렸다. 이번엔 전세계적인 인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9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7일 화상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지난 2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이 정도의 폭발적 반응은 예상치 못해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영화매체 데드라인은 '지우학'의 흥행에 "'오징어 게임'을 잇는 한국 드라마의 원투펀치"라고 평가했다. 황동혁 감독과 친구 사이인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라면서도 "덕분에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후속작을 내놓는 입장에서 부담도 컸지만 '지우학'이 '오징어게임'을 잇는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뉴스1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뉴스1

■좀비 바이러스, 절망의 시작인가 희망의 씨앗인가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여학생이 자살을 하러 옥상에 올라간다. 몸을 날리려는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이상한 풍경. 교복을 입은 좀비떼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눈앞의 먹잇감을 향해 달려든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동명 웹툰 원작의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10대가 학교에서 좀비떼에 맞선다는 이야기로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에 성공하며 'K좀비'의 성공계보를 잇는다. 사회축소판과 같은 학교를 무대로 좀비의 기원을 학교폭력으로 삼고, 재난 발생 이후 교문 밖 사회상도 담으면서 장르물의 재미뿐 아니라 현실비판 메시지도 담았다. 특히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우정을 나누고 친구들을 믿으며 다함께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10대들의 모습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단정짓고, 쉬운 길을 가는 어른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재규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아직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작품"이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아이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어른답다'라든지 '인간답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기원을 학교폭력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선 "재난이나 재앙의 근원이 우리라면 그것을 극복할 힘도 우리 안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비단 학교폭력뿐 아니라 우리는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돼 있는데, 우리가 행하는 폭력, 그 폭력의 비극성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10대들을 구조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감독은 "비단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인재로 빚어진 각종 사건사고를 투영했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평범한 소시민들은 아이들을 구하려고 애쓰는데, 사회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교했다. 극중 살아남은 한 10대는 "싫어하는 것도 전염되고, 믿는 것도 전염된다"며 절반은 좀비가 된 친구를 끝까지 믿는다. 또 드라마는 약자를 돌보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일부 어른의 모습을 비춘다. 이 감독은 "나 역시 사람을 믿고 싶다"며 "좀비 바이러스는 절망의 시작일까? 희망의 씨앗일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저는 끊임없이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뉴스1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뉴스1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 될 것"

'지우학'은 '오징어 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유미를 제외하고 톱스타로 분류될만한 배우가 없다. 하지만 각양각색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출연진 모두가 주목받고 있다. 이 감독은 "청산 역의 윤찬영은 요즘 애들답지 않게 신중하고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었다"며 "윤찬영뿐 아니라 각각 캐릭터에 가장 근접한 배우들, 가능하면 나이가 어린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함에 있어서도 배우들의 앙상블과 현장감을 중시했다. 이 감독은 "배우들에게 어떻게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기보다 배우들의 상호작용을 중시했다"며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말하며, 반응할지를 최대한 배우들의 생각에 맡겼다. 처음엔 배우들이 대사와 지문에서 벗어나는 것을 어려워했으나 각자 캐릭터가 할 것 같은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4층 규모의 학교 세트 곳곳을 누비며 쉴새없이 액션을 펼친다. 특히 좀비가 창궐하고 아수라장이 된 학교 상황을 보여주는 급식실 장면은 200여명이 투입된 대규모 몹신(mob-scene) 중 하나다. 이 감독은 현장감을 위해 "원데이크, 롱테이크 촬영을 적극 활용했다"며 "각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뒤 스태프들과 리허설을 했고 이후 배우들과 함께 드레스 리허설을 한 뒤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시즌2에 대해선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설정한 것도 있어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발병한다. '지우학'에선 기존 좀비물과 다르게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나. 남라(조이현) 같은 반감염자는 타인을 감염시키지 못하는 경우이고, 은지(오혜수)나 귀남(유인수)은 살아있는 좀비다.
의지에 따라 달라졌다기보다 인간의 다양한 면역체계로 구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1이 인간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
인간이라는 대다수의 집단과 면역자라는 극소수의 집단 그리고 살아있는 좀비 집단의 충돌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이어가고 싶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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