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남아시아 화약고' 건드린 현대차...인도서 불매운동 악재 만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8 04:55

수정 2022.02.08 05:58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인도법인 구영기 법인장과 레브공동 창업자 아누팜 아가왈, 카란 제인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 제공). 사진=뉴스1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인도법인 구영기 법인장과 레브공동 창업자 아누팜 아가왈, 카란 제인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인도 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을 달리며 선전하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민감한 분쟁지 이슈에 엮이면서 불매 운동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7일(현지시간) 인도 현지매체와 SNS 등에 따르면 일부 인도 누리군들이 트위터 등에 '#보이콧현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현대·기아차 불매 운동 관련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현대파키스탄' '기아차 크로스로드-하이데라바드' 등 파키스탄의 SNS 계정에서 올라온 게시글을 문제 삼았다.

'현대파키스탄'은 5일 파키스탄의 국경일인 '카슈미르 연대의 날'을 맞아 트위터를 통해 "우리 카슈미르 형제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지하자"며 그들은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기아차 크로스로드-하이데라바드' 또한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카슈미르의 자유를 위해 우리는 단합한다"고 '카슈미르 연대의 날'을 기념했다.


문제는 카슈미르 지역이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계속해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제1·2차 인도·파키스탄 전쟁도 카슈미르가 뇌관이 되었다. 이 때문에 카슈미르 지역은 '남아시아의 화약고'라고도 불린다.

양측은 정전 통제선을 맞댄 채 각각 인도령 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차지했다. 이들은 서로 카슈미르 전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는 인도에서 이례적으로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며,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반감이 크다. 독립 혹은 파키스탄으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 테러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현대차 파키스탄 법인 공식 트위터 갈무리
현대차 파키스탄 법인 공식 트위터 갈무리
현대차는 파키스탄에서 현대니샤트 등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공식 법인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게시물 내용이 알려지자 인도에서는 '현대차가 파키스탄을 지지한 것'이라며 반발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한 달 전 현대차 베르나를 사려고 예약했지만 현대파키스탄의 게시물을 보고 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불매운동 확산 조짐이 보이자 6일 현대차 인도법인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현대차는 25년 이상 인도 시장에 헌신해왔다"며 "애국심을 존중하는 강한 기풍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인도는 제2의 고향"이라며 "인도와 그 국민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트위터 게시물도 현재 삭제된 상태며 현대차 측은 이번 게시물을 올린 대리점 측에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도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카슈미르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며 계속해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일부 인도 언론도 현대차가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유감의 뜻을 표시하지 않는다며 현대차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998년 9월 남부 첸나이 공장에서 첫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인도 시장에서 누적 1000만대 생산 기록을 세우는 등 현지에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현재 인도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차는 2019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장 점유율 5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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