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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PGA 5승' 황아름, "일본행요? 순전히 보아 때문이었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8 14:25

수정 2022.02.08 14:34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일본 직행 
이보미 스승 조범수와 2016년 호흡
2018년 3승으로 커리어 하이 찍어
국내 어린이 위한 골프센터 운영 계획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서 통산 5승을 거두고 있는 황아름. /사진=팜트리&CO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서 통산 5승을 거두고 있는 황아름. /사진=팜트리&CO
[파이낸셜뉴스]좋아한 연예인을 쫓아 현해탄을 건너 활동한 선수가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서 5승을 거두고 있는 황아름(35)이다. 그가 좋아했던 연예인은 20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수 보아다. 황아름은 중고등학교 시절 보아의 이른바 '찐팬'이었다. 2000~2005년까지 주니어 상비군을 포함해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정한 것은 보아의 영향이 컸다.


일본으로 가면 보아를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골프를 하면서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틈나는대로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물론 KLPGA투어 회원은 2년간 국내서 활동해야 한다는 당시의 의무 규정도 황아름이 일본행을 택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됐다.

2007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작 좋아했던 보아는 한국으로 돌아가 만나질 못했지만 보아를 보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들은 일본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2008년 2부투어 우승으로 프로테스트 파이널에 진출, 수석 합격으로 다음 시즌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동료 선후배들의 통역을 해줄 정도로 의사소통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다는 게 큰 힘이 됐다.

2009년에 야마하 레이디스 오픈에서 JL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 또 한 명의 스타 탄생이 기대됐다. 그러나 그는 그 뒤로 2017년까지 우승은 커녕 시즌 상금랭킹이 해를 거듭할수록 후순위로 밀릴 정도로 부진의 연속이었다. 근근이 시드는 유지했지만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선수가 1년 후배 이보미(34)였다.

황아름은 "스윙 코치없이 혼자서 투어 생활을 했다. 일본 진출 초기만 해도 작고하신 구옥희프로님으로부터 체크를 받았는데 구 프로님이 한국으로 들어가면서 줄곧 혼자서 했다"면서 "보미가 자신의 스윙 코치인 조범수프로님과 연결시켜줘 2016년 겨울부터 스윙 개조작업에 들어갔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뒤돌아 보았다.

조프로와의 만남은 황아름에게 대전환의 계기가 된다. 스윙을 바꾼 지 2년도 되지 않은 2018년 시즌에 3승을 거둬 황아름이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게다가 3승 중 격주로 했던 처음 2승은 와이어투와이어(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우승)였다. 2019년에도 스탠리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 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 길을 걷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통합 시즌으로 치러진 2020-21시즌에는 상금 순위 86위에 그쳐 올 시즌 시드마저 잃었다. 은퇴를 고민하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서 시드전에 나가 공동 5위로 올 시즌 출전권을 획득했다.

황아름은 "작년에 이제 코로나19가 시작된데다 골프가 잘 안돼서 마음을 접었다. 그런 상태서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일순간 오히려 골프를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몸을 제대로 만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언니들이 본보기가 됐다"고 말한다.

황아름의 골프에는 구옥희프로와 이종 사촌오빠 정정용 감독(2019년 FIFA U20 축구 국가대표팀)의 지분도 어느 정도 있다. 황아름의 어머니가 구옥희의 LPGA투어 한국인 첫 우승 뉴스를 보고 정 감독에게 자문을 구해 초등학교 4학년에서 5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딸을 골프에 입문시켰기 때문이다.

황아름의 운동 신경은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다.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테니스와 높이뛰기 선수로 활동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골프의 여러 퍼포먼스 중에서는 특히 쇼트 게임과 퍼팅이 뛰어나 이 부문 JLPGA투어서 줄곧 '톱10'에 들 정도다.

황아름은 바쁜 투어 생활에도 틈틈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남몰래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14~2017년까지 자신의 거주지 인근 방화지역아동센터에 2억원을 지원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에는 강서구청 희망나눔복지재단을 통해 아이들에게 햄버거 1150세트(약 1000만원 상당)을 전달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아이들에게 간식을 보내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황아름은 "아이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평소에 많다"면서 "은퇴 이후에는 오랜 투어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주니어 골프 센터를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골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그는 '어게인 2018'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10일 현해탄을 다시 건넌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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