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고위험군 집중관리 체계로 전환
일반 확진자, 스스로 관리·치료 해야
전문가 "방역 사각지대 우려…확진자 늘 것"
일반 확진자, 스스로 관리·치료 해야
전문가 "방역 사각지대 우려…확진자 늘 것"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나흘째 3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최대 17만명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며 국민 스스로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통제범위 벗어난 코로나…환자 스스로 치료 받아야"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6719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커지면서 방역당국은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을 집중관리하는 의료체계를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환자는 의료기관의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관리하다가 동네 병·의원 등에서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받게 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그간 유지해온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사실상 종료한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일일이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졌다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부터는 각자도생으로 환자가 알아서 검사하고 알아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코로나19 확산 규모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정부가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3T와 백신·거리두기로 간신히 버텨왔는데 이 체계가 무너졌다"며 "정부는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라고 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확진자 관리 소홀로 방역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위험군을 제외한 확진자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숨은 감염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위험군에 대한 정의를 보다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60세 이상이 아니더라도 비만·고혈압·당뇨 같은 면역질환이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CR 검사가 아닌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위음성(가짜음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이 확진자인지 모르고 코로나를 전파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확진자 지금보다 많아…다음주 10만명 나올 수도"
전문가들이 내다본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히 비관적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화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천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때까지 약 두달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리나라는 조금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 "다음주가 되면 신규 확진자가 10만명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결국 마스크를 생활화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지금의 신규 확진자 수는 PCR 검사를 받은 사람만 해당돼서 전체 규모는 이보다 크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중환자 관리 체계가 흔들리고 재택치료 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락 다운(도시 봉쇄)'을 논의해야 할 시기도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관리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이 교수는 "반발이 거센 탓에 '거리두기'도 더 이상 강화할 수 없고 방역체계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또 다른 변이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해야할 때"라고 당부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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