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만방래조(萬邦來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8 18:07

수정 2022.02.08 18:0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의 개막된 국립경기장으로 입장에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의 개막된 국립경기장으로 입장에 관람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대륙을 독차지했을 때 역대 중국 왕조의 위세는 대단했다. 다수인 한족이 지배한 한·당이나 명은 물론 이민족 왕조인 원과 청 시대에도 그랬다. '만방래조(萬邦來朝)'란 말이 이를 웅변한다. 당나라 때 수도 장안으로 주변국 사신들의 조공 대열이 이어진 데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영국 사신 조지 매카트니경은 1793년 청 건륭제 '알현' 때 '삼궤구고두(三궤九叩頭·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절)'를 요구받았다.
당시 그가 이를 거절한 데서 보듯 주변국들은 부당하게 여겼겠지만, 중국은 당연한 외교 의전으로 받아들였다.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를 보자. "조공을 받고 속국의 지배권을 인정해주는 책봉 의식도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형식일 뿐 중국이 속국의 내정을 간섭 않고 보호하는 역할만 했다"고 적고 있다. 중국이 곧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를 날것 그대로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황제가 없는 현대 중국에서도 중화주의에 대한 향수는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5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들을 초청한 연회장 풍경을 보라. 거대한 직사각형 식탁 위에는 용의 형상을 띤 푸른 색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에 대만 매체 타이완뉴스는 '시진핑이 황제식 연회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더 눈에 띄는 건 좌석 배치였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시 주석 내외 등 중국측 인사들 맞은편에 모든 외빈들을 앉게 하면서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박병석 한국 국회의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정상급 외빈들을 중화제국을 찾은 사신으로 비치게 하는 구도였다. 당의 만방래조를 재현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8일 쇼트트랙 1000m에서 한국이 석연찮은 판정과 함께 중국에 메달을 내줬다. 이웃 중국이 경제와 안보뿐 아니라 문화·스포츠 등 전 분야에서 중화패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긴장의 끈을 한층 더 조여야 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