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원래 오리지널 플랜"
시장선 투자전략·유동성 우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상장이 원래 오리지널 플랜이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다"
시장선 투자전략·유동성 우려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세기의 딜'로 불린 약 80조원 규모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매각이 무산되자, 차선책으로 기업공개(IPO)구상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소프트뱅크그룹 결산 발표회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ARM에게 황금기가 오고 있다" "반도체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준비하겠다"며 애써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띄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시장과 일본 언론들은 ARM 매각 무산이 소프트뱅크그룹의 경영 구상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냉정한 분석을 쏟아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ARM의 대주주다. 지난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독점화를 우려한 각국 규제당국, 경쟁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엔비디아가 최종 포기 선언을 했다. 손 회장은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대표되는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반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자금 순환 상태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이자 부담액만 14조엔(약 145조원)이다.
특히, 전날 발표된 지난해 10~12월(한국의 3·4분기 격)에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1조1719억엔) 대비 98% 급감한 290억엔에 불과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중국 정부의 IT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주력인 신흥기업 투자펀드 사업이 악영향도 받았다.
주요 투자처인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급락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손 회장의 상장 구상에 대해 "(상장을 할 경우) 매각과 같은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면서 "향후 투자 전략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 예상 시점은 올해 안이다.
당장, ARM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1조엔(약 10조36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투자회사화를 지향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ARM의 상장 시장으로 지목되는 최근 나스닥에서 하이테크 기술주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나, 향후 미국 금리 인상시, 상장은 물론이고 소프트뱅크그룹의 자금 운영도 빠듯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부담 요인다.
손 회장도 '위기'를 인정했다.하지만 늘 그렇듯 그는 자신감도 빼놓지 않았다.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의)전지를 소비하지 않고도 연산 처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 ARM의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데이터 센터와 전기차(EV)보급 확대로 ARM에게 두 번째 성장기가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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