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29가구 157명이 지난 7일부터 울산 동구에서 정착 생활을 시작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 통보식'으로 절차를 진행했다며 이들의 거주지 분산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기여자들의 동구 정착 이튿날인 9일 오전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부모 수십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 학교에는 이번에 정착한 특별기여자 가운데 초등학생 28명이 입학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마음놓고 학교 보낼 수 있는 대안을 달라',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 '소통없는 행정 중단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학부모들은 "당장 우리 아이들이 아프간 아이들과 학교를 다니게 되는 중대한 사안이 아무런 상의 없이 이뤄졌다"며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대거 입학하면 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외국인 학교에 우선 배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목소리는 울산시청 홈페이지 시민 다듬이방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지난 6일 시민 다듬이방에 글을 쓴 홍모씨는 "울산 동구 서부동에만 집중해서 난민이 오는 것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별기여자라고 하지만 그들이 그 나라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고 썼다.
이어 "한 곳에 이렇게 집중적으로 난민을 떠안은 곳은 없다"며 "지역 주민들은 난민들이 오기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만 이 사실을 접해 불만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부초등학교는 2023년 5월 입주예정인 대단지 아파트로 인해 22학년도 1학년 학급만 8학급인 과밀학급 상태"라며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완강한 거부가 아니다. 분산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 제안에는 3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지난 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슬람 난민 집단 거주 형성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1만2700명이 동의했다.
이와는 별개로 생명의 위협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급박하게 한국으로 오게 된 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아프간 난민 보호와 울산 정착을 지지하는 53개 시민사회단체는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난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울산에 정착할 이들을 환대와 연대의 손길로 따뜻하게 맞이해 달라"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지난해 8월 이후 해경연수원에서 생활하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드디어 진짜 한국 사회를 만나게 된다"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이들은 두려움과 불안감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며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폭력과 공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공동체적 의식으로 보듬어주자"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에 정착한 특별기여자 29가구 157명은 지난 7일부터 울산 동구의 모 아파트에 새 거처를 마련하고 정착을 위한 생활을 시작했다. 학령인구 85명은 인근 학교에 각각 배정될 예정이다.
이들 가구 가장 29명은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산하 협력업체에 취업해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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