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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2조 이어 EU도 반도체 59조 투자… 한국은 규제 막혀 투자 지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9 17:49

수정 2022.02.09 18:00

인텔·TSMC 등 글로벌 기업들도
정부 지원 업고 잇따라 신공장
SK하이닉스, 3년째 착공도 못해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5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쏟아부어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을 대폭 확대한다.

유럽 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대만·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구상이다.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각국의 세제혜택, 정부 보조금 지급 등을 등에 업고 잇따라 신공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환경 규제, 수도권 규제 등에 막혀 반도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에 대응하고 미국·아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반도체칩법(EU Chips Act)을 제안했다.
오는 2030년까지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430억유로(약 59조원) 이상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현재 9% 수준에서 20%까지 상향한다는 목표다.

미국 하원도 향후 5년간 미국 내 반도체 연구 등에 520억달러(약 62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을 최근 통과시켰다.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품 제조 및 공급망 지원에 추가로 450억달러(약 54조원)을 투자하는 안도 포함됐다. 전미반도체협회(SIA)는 해당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 내 19개의 생산시설이 세워지고, 신규 글로벌 생산역량의 24%를 미국이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반도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시설 투자에 나서는 기업으로 꼽힌다. 인텔은 800억유로(약 109조원)를 투자해 유럽 내 반도체 공장 두 곳을 설립할 계획이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립하기로 한 가운데 독일 정부와도 신공장 건립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반도체 투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첨단공정기술이 발달할수록 설비 투자 규모도 확대돼야 하는데, 공장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계획보다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월 경기 용인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짓기로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3년째 착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로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 부지를 조성할 수 없어 투자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반도체 공장은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데, 높은 땅값, 수도권 규제, 환경규제 등으로 추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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