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충전해 선물카드 형태로 사용
코로나19 여파로 일반관중 출입 금지
일부 국가에선 中정부 불신에 "사용하지마"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디지털위안이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통해 드디어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그동안 내국인을 대상으로 수차례 사용 테스트를 진행한 디지털위안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문한 선수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위안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일반관중의 출입이 금지되는 등 대회가 축소 운영되면서, 디지털위안을 세계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중국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반관중 출입 금지
일부 국가에선 中정부 불신에 "사용하지마"
선불카드처럼 사용...수수료 없는게 강점
14일 업계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선수, 언론사 관계자, 코칭스태프 등이 비자카드나 현금 외에 디지털위안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전세계에 디지털위안의 첫 선을 보이기 위해 2020년부터 내국인을 대상으로 총 12차례의 사용 테스트를 실시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9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의 거래가 처리됐다. 또 지난 해 12월까지 중국 인구의 19%에 해당하는 총 2억6000만명이 스마트폰용 디지털위안 애플리케이션(앱)지갑을 내려 받았다.
올림픽 현장에서 디지털위안은 선불카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현금으로 디지털위안 선불카드를 충전해 선수촌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결제하면 된다. 해외 선수가 자국 신용카드로 중국현지에서 결제하면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디지털위안을 사용하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중국 정부는 올림픽 현장에서 현재까지 디지털위안이 얼마나 결제됐는 지 등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지난 9일(현지시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한 지난 4일 베이징주경기장 내 디지털위안 결제 규모가 비자카드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비자카드는 2018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독점 라이선스를 받아 2032년까지 올림픽 현장에서 비자카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현금 외에 다른 결제수단이 올림픽에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독점권을 포함한 것이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디지털위안이 비자카드와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 올림픽 공식홈페이지에는 비자카드가 선불카드에 대해서도 독점권을 갖고 있다고 나와 있다. 중국 현지 언론은 디지털위안은 현금을 디지털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자카드의 독점적 권리를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반관중 없고 일부 국가 우려 표명
다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디지털위안의 세계 확산을 노렸던 중국 정부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개최된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경기장 출입인원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일반관중의 경기장 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선수단 외에 해외방문객은 없는 셈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소인 민주방위재단(Foundation for Defense of Democracies)의 중국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관광객과 자국민들에게 디지털위안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였지만, 관중수를 엄격히 제하하면서 디지털위안의 대규모 도입이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주도 하에 영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등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정부 인사를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국 선수들에게 디지털위안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화당 팻 투미(Pat Toomey) 상원의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에서 서한을 보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디지털위안의 세계적인 거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디지털위안이 불법 자금흐름을 촉진하고, 중국의 검열을 강화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결제와 관련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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