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김규동·이희준 부장판사)는 14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차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은 법률전문가로서 이런 업무 자체가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중단을 건의하는 직원들에게 이를 계속 수행하게 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최 전 차장의 범행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피해를 입었고, 국가예술사업 공정성에 대한 예술계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 전 차장 근무 전부터 일상적으로 해오던 것으로 최 전 차장은 이 업무를 계속하도록 결정했을 뿐 적극적으로 이를 기획·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최 전 차장은 외부출신으로 뒤늦게 국정원에서 근무해 업무 자체의 위법성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블랙리스트 사업 전체적인 구조와 윤곽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최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던 국정원 임직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근거로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에 대해서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은 '블랙리스트 관련해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거나,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이 최 전 차장에게 보고됐다'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최 전 차장에게 보고된 문체부 예산 지원 사업 검증 결과보고서에는 종북·친북활동 외에도 단순히 정부비판적인 활동을 한 개인과 단체를 예산지원 사업 배제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는 국정원 권한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1심과 같이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심의에 부당 개입한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와대와 문체부 주도로 이뤄진 블랙리스트 사업에서 국정원은 이를 검증하고 문체부에 결과를 통보한 정도에 불과해 그 이후 이뤄진 범행에 관해서는 최 전 차장의 관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모해 공직자를 불법 사찰한 혐의에 대해서는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 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을 논의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최 전 차장은 2016년 정부 비판성향으로 분류된 예술인들을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 전 수석 등과 공모해 이 전 특별감찰관과 문체부 공무원 등을 뒷조사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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