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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야되는데…" 월세 올라 자취방 못구한 대학생들 ‘울상’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5 18:12

수정 2022.02.15 18:12

대학가 자취촌 가보니
대면 수업 앞두고 원룸 수요 급증
비대면땐 월세 10만원 할인했는데
학생 손님 몰리자 임대료 상향 거래
"월 90만원 넘어도 없어서 못구해
신축은 2주만에 거래매물 다 나가"
서울 대학동 서울대학교 인근의 대학가 골목에 원룸 빌라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서울 대학동 서울대학교 인근의 대학가 골목에 원룸 빌라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김희수 기자

"월세가 50만원이라구요? 친구는 비슷한 방을 40만원에 계약했다는데…"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인근 공인중개소에서 마주친 한 대학생은 풀이 잔뜩 죽은 모습이었다. 인천이 집이라는 이 학생은 "통학거리가 너무 멀어 학교 앞 자취방을 알아보고 있다"며 "생각보다 비싸서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하며 중개소를 나섰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을 앞둔 다른 학생은 "지난해 지방 동기 중 절반 정도는 비대면 수업이라 서울에 방을 안구하고 부모님 집에서 공부했다"며 "덕분에 지난해는 학교 앞에 남는 방이 많아서 싸게 방을 구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대면 수업 재개로 방값 줄줄이 올라

최근 서울 대학가 공인중개소들은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을 지속해온 대학들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을 앞두면서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자취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학가 방값은 지난해보다 대부분 오른 분위기다.


경희대, 한국외대 인근 서울 동대문구 A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비대면 때는 개강 이후에도 방이 안 나가 월세를 10만원 할인하기도 했다"며 "개강 시즌이 지나면 대학가는 손님이 없어서 당시 학생을 못 구한 집주인들이 울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대면 수업으로 학생 손님이 많아 할인 없이 거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주변 서울 성북구 B공인중개사는 "요즘 학교 앞은 찾는 학생은 많은데 물건은 적어서 집주인이 갑"이라며 "지난해 세입자를 못 구해 5만~10만원 싸게 주던 방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올랐다"고 전했다.

■집주인들 돈 되는 월세만 선호

서울 대학가는 보통 전세 1000만원당 월세 5만~10만원의 전월세전환율(6~12%대)을 적용한 월세 물건이 대다수다. 전월세전환율이 전세대출금리보다 낮아 월세가 전세보다 세입자 부담이 적다는 아파트와는 얘기가 달랐다.

서울대생을 중점으로 거래하는 서울 관악구 C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수익이 적다고 전세는 안 받으려고 한다"며 "서울대입구역 괜찮은 오피스텔은 관리비 포함해 한 달에 90만원 넘게 들지만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식이 서울대 간다는데 무리해서라도 근사한 방을 구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이 주로 찾는 서울 서대문구 D공인중개사는 "전세물건은 거의 없다"며 "연대생들이 많은 연희·창천동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 평균이고, 여대생 부모들은 치안 때문에 신촌역 오피스텔을 선호하는데 월세 70만원 수준이다"고 밝혔다.
그는 "월세가 부담되더라도 학부모들은 학생에게 최대한 좋은 방을 구해주고 싶은 것 같다"며 "신촌역에 오랜만에 신축 오피스텔이 생겼는데 여대생들이 몰려 2주 만에 임대 매물이 거의 다 나갔다"고 말했다.

장지수 집토스 직영부동산 중개팀장은 "대학가 임대시장에서 대학생들의 수요는 고정적이다 보니 집주인의 입김이 센 편이라 가격 회복이 빠르다"고 전했다.


박한성 허브공인 중개팀장은 "학생같은 무직자도 인터넷은행에서 연 2~3%대 금리, 1억원 한도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세를 찾는 수요가 많다"며 "반면, 전월세전환율이 높아서 임대인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월세 세입자만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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