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 선수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1500m 경기 우승하자, “실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민정은 준결승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이며 결승전에 진출한데 이어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17일 텅쉰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한국 선수들에 대해 종종 ‘독설’에 가까운 코멘트를 했던 왕멍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은 전날 최민정의 레이스를 놓고 “그는 1500m 실력자인데 오늘은 올림픽 기록까지 깼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도 “최민정이 준준결승에서부터 시종 매우 안정된 실력을 유지했고 결승에서 초반 선두권을 뒤에서 추격하는 전략을 채택해 막판에 모든 적수를 추월했다”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비교적 큰 우세로 금메달을 땄다”고 평가했다.
최민정은 중국의 쇼트트랙 영웅 저우양이 2010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여자 1500m 올림픽 기록을 준결승에서 갈아 치웠다. 또 이전까지 저우양 외에는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여자 1500m 올림픽 2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즈쉰의 관련 기사 댓글에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녀의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올림픽)신기록을 깬 그 순간은 절대 강자였고 결국 1500m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도 최민정 금메달 소식을 다루고 있다. 네티즌은 한 계정 댓글에 “단연컨대 최민정과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수잔 슐팅(네덜란드)은 정말 강하다”는 의견을 올렸다.
반면 쇼트트랙 남자 5000 계주 결승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한 중국 쑨룽 선수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어떻게 접촉도 없이 혼자 넘어질 수 있나”, “빨리 직업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는 등의 악성 댓글을 쏘아내고 있다. 결승 경기가 열린 16일 웨이보 핫이슈에는 ‘쑨룽스스로넘어지다’라는 해시태그가 조회 수 3억 회를 넘어서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왕멍도 경기 해설 도중 쑨룽이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는 20초간 침묵한 뒤 “다시 욕을 하기도 싫다. 왜 저기서 넘어지는가”라며 비판했다.
쑨룽은 이런 자국 내 비난 여론에 “오늘 실수는 내가 서두르다가 일어난 것이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늘 내 실수로 모든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눈물로 사과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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