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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겨울, 맛 좀 볼래?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8 04:00

수정 2022.02.18 03:59

바다가 키웠다, 맛있는 삼총사
장흥의 겨울, 맛 좀 볼래? [Weekend 레저]
장흥의 겨울, 맛 좀 볼래? [Weekend 레저]
굴, 김, 매생이는 전남 장흥에서 맛볼 수 있는 '겨울 별미 삼총사'다. 맨위 사진부터 자연산 굴을 장작불이나 가스불에 구워먹는 장흥식 굴구이, 친환경 유기농 김과 매생이를 생산하는 장흥 김 양식장과 매생이 양식장. 사진=조용철 기자·장흥군
굴, 김, 매생이는 전남 장흥에서 맛볼 수 있는 '겨울 별미 삼총사'다. 맨위 사진부터 자연산 굴을 장작불이나 가스불에 구워먹는 장흥식 굴구이, 친환경 유기농 김과 매생이를 생산하는 장흥 김 양식장과 매생이 양식장. 사진=조용철 기자·장흥군
【파이낸셜뉴스 장흥(전남)=조용철 기자】 서양에서는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요오드 성분이 우유보다 200배나 많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데 쓰이는 특별한 아미노산과 아연이 많이 함유됐기 때문이다. 득량만 개펄에서 무럭무럭 자란 굴을 장작불에 구워 먹는 재미는 전남 장흥 겨울 여행의 백미다. 여기에 고운 머릿결에 바다의 향기와 고소한 맛을 간직한 매생이와 산(酸)을 사용하지 않고 길러낸 친환경 무산김이 더해지면 장흥의 겨울 맛 삼총사가 완성된다.

■ 굴, 개펄에서 캐낸 '바다의 인삼'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지면 장흥에는 굴의 계절이 돌아온다.
장흥의 대표적인 굴 생산지인 남포마을로 향했다. 이곳의 굴은 자연산이다. 1970년대 초반 간척사업을 하면서 개펄에 돌을 갖다 뿌렸다. 굴 포자가 돌에 착상돼 자라면서 굴이 나기 시작했다. 미네랄이 풍부한 득량만 개펄에서 자란 굴은 조수간만의 차로 성장이 늦어 양식 굴보다 알은 작지만 감칠맛이 뛰어나고 식감도 훨씬 쫄깃하다. 굴 캐는 작업은 간단하다. 썰물에 드러난 개펄에서 작업 도구인 '조새'로 굴을 쪼면 된다. 작업이 단순하다고 일이 쉬운 건 아니다. 작업자들은 앉을 곳도 눈바람을 피할 곳도 없다.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버텨내며 하루 4~5시간을 개펄에서 보내야 한다.

힘겹게 캐낸 굴은 남포마을의 굴구이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망을 가득 채운 굴을 보면 갑작스레 회가 동한다. 음식점마다 굴을 굽는 방식이 다르다. 가스불에 굽는 게 일반적이지만 장작불에 구워 먹는 곳도 있다.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굴을 석쇠 위에 소복이 올리고 익기를 기다리면 된다. 굴이 익는 동안 불꽃을 바라보면 3분도 채 되지 않아 탁탁 소리를 내며 굴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다. 장흥에서는 굴을 먹는 방법도 다르다. 양식 굴은 보통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하지만 장흥 굴은 별다른 소스 없이 그냥 먹는다. 자연산 굴이라서 그 맛이 남다르다.

남포마을에서 멀지 않은 관산읍 죽청마을도 굴구이로 유명하다. 해안을 따라 굴구이 음식점이 늘어서 있는데, 남포마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식 굴을 사용하는 점과 커다란 철판 위에 굴을 올리고 가스불에 굽는다는 것이다.

■ 매생이의 원조마을, 장흥 내저마을

남포마을에 굴이 있다면 대덕읍 내저마을에는 매생이가 있다. 내저리 일대는 푸른 매생이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 사람들은 매생이를 '염생이' 또는 '매산이'라고도 부른다. 내저마을은 매생이 양식의 원조 마을이다.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내저마을에서 매생이 농사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처음에는 김 농사를 짓다 수지타산이 안맞아 포기했다. 마침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사람이 파래김자반을 해 먹는다고 바다에 대나무 발을 깔아놓았는데 매생이만 자라게 됐다. 이를 대덕읍 장에 내다 팔면서 농사가 시작됐다.

매생이 양식장은 김 양식장과 달리 뭍에서 가깝다. 매생이가 청정해역의 조간대 상부에서 자라는 탓이다. 조간대란 밀물 때 해안선이 제일 높은 곳과 썰물 때 해안선이 제일 낮은 곳 사이를 말한다. 여기에 바람과 파도가 세지 않고, 청정 개펄과 적당한 내해를 갖춘 곳이라야 잘 자란다. 주변에 항구나 공장도 없어야 한다. 조금의 오염물질이라도 있으면 생육이 불가능하다.

매생이는 씨를 뿌리지 않는다. 바닷가 돌밭에 대나무 발을 깔아놓으면 매생이 종자가 대나무 발에 달라붙는다. 11월초에 주민들은 이것을 바다로 옮긴다. 바다에 대나무 말뚝을 박아 대나무 발을 넓게 펼쳐둔다. 겨우내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매생이가 큰다. 이때 중요한 게 간만의 차로 일어나는 수위를 조절해주는 것이다.

매생이발이 넓게 펼쳐진 내저마을 앞바다는 경치도 빼어나다. 바다 위로 삐죽 솟은 대나무 말뚝의 세로 선과 가로로 펼쳐진 수평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바다 멀리 떠 있는 섬들은 병풍처럼 둘러서서 조연이 된다. 수확은 간단하다. 예전에는 갑판에 넓적다리를 의지한 채 온몸을 구부려 훑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대나무 발을 통째로 건져내 손으로 훑는다. 수확한 매생이는 포구에서 세척해 뻘 등 이물질을 걸러내고 마을 공동 작업으로 옮겨 주먹 크기의 덩어리로 소분한다. 일등품은 검푸른색을 띠며 들어 올렸을 때 끊어지지 않는다. 반면, 질이 나쁜 매생이는 파란색이 많다.

■ 무산김, 자연을 생각한 친환경 유기농김

장흥 김을 말할 때 보통 '무산김'이라고 한다. '없을 무(無)', '초 산(酸)'. 산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염산은 물론 유기산도 사용하지 않고 양식한 친환경 김이다. 장흥에서는 2008년부터 산을 사용하지 않고 김을 양식한다. 산을 뿌리면 김에 파래 등이 끼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수고도 덜 수 있다. 반면 산을 사용하지 않으면 번거로움은 더해진다. 나흘에 한 번은 바다에 나가 김발을 뒤집어 햇볕을 쏘여야 한다. 그래야 김이 아닌 다른 잡초가 죽는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

김은 10월에서 이듬해 4월초까지 채취한다. 이 시기에 회진면 앞바다에서는 바닷물을 튀기며 김을 훑는 채취기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수확한 물김은 공장으로 옮겨 커다란 탱크에서 하루 정도 세척해야 한다.
일차로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이다. 이후 필터로 오물을 제거하고 숙성하기를 여러 차례 거치면 김 맛은 더욱 좋아진다.
이후 김발에 김을 뜨고 말리는 과정을 거쳐 무산김이 완성된다.

ycch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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