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 톺아보기
번역가 변용란이 소개하는 늙는다는 착각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20년 전 나이로 행동한 노인들
실제 생체활동 개선효과 보여
'노화=질병' 연결성에 의문 제기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 신체지표
다양한 사례 통해 '희망 메시지'
번역가 변용란이 소개하는 늙는다는 착각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20년 전 나이로 행동한 노인들
실제 생체활동 개선효과 보여
'노화=질병' 연결성에 의문 제기
마음먹기 따라 달라진 신체지표
다양한 사례 통해 '희망 메시지'
노화에 대한 통념을 통쾌하게 뒤집는 내용으로 눈길을 끄는 이 책, '늙는다는 착각'의 원제는 'Counterclockwise'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시계 반대 방향'이라는 뜻이다. 1979년, 자식들에게 의존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노인들이 일주일간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젊고 활기차게 지내도록 유도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이 실험에서 시곗바늘을 임의로 거꾸로 돌리듯 인간의 생체 시계도 되돌리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한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랭어는 이후 지금까지 정신과 육체의 상관관계에 주목해 놀랄만한 심리 실험들을 계속 이어 오고 있다.
랭어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기차게 이어진다. 성형수술로 일부 외형적인 젊음을 되찾은 사람은 더 천천히 나이를 먹을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상의 배우자와 결혼한 사람과 현저히 어린 배우자와 결혼한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오래 살까? 조기 탈모로 대머리가 된 사람들은 대머리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다른 노화 현상이나 질병의 위험이 더 클까?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들은 일찍 아이를 낳은 여성들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길까, 짧을까?
질병과 건강 측면에서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행복한 사람은 하다못해 감기와 독감에도 덜 걸린다. 의사에게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은 난치병 환자가 '기적처럼' 병을 이겨낸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질병을 꾸준한 운동으로, 웃음으로, 건강한 식이요법으로 물리쳤다는 경험담은 이제 주변에서 흔하디흔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우리는 사소한 증상 하나에도 겁을 집어먹고 이왕이면 유명 대학병원이나 명의를 찾아간다. 하지만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진료 시간 동안 의사가 우리에게서 알아낼 수 있는 질병 관련 정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본인의 몸에 관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아닐까.
건강한 사람들도 병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환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혈압, 혈당, 맥박, 콜레스테롤 지수 등의 수치는 마치 불변의 과학적 진리인 것처럼 우리를 압도하고, 의사들은 그 암호문 같은 숫자를 언어로 풀어 전문가로서 진단을 내린다. 심각한 질병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의료진의 언사는 이런저런 가능성과 확률을 앞세울 뿐 대단히 모호하고 불확실하다. 또 우리가 전문가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의사들 또한 실제로는 평범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한계를 지닌 인간이며 '무의식적'인 와중에 실수도 빈번하게 저지른다. 그러나 저자는 의사 노릇도 어렵겠지만 환자 노릇은 더욱 어렵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인 환자 본인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의식을 집중해 적극적으로 의료진을 상담자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마음가짐에 따라 건강 지표와 신체 기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 연구들을 통해 대충 알고는 있지만 선뜻 실천하지 못하는 발상의 전환을 조목조목 권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어쩌면 노화와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든 현대인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지인들과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서글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노화는 곧 질병이라는 생각 탓에 준비되지 않은 노년과 벌써 여기저기 망가져가는 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정말로 시간에 따라 계속 늙어만 간다는 것이 고정관념과 착각이라면 우리도 한번 과감하게 덤벼들어 삶을 바꿔봄직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 책의 조언과 실천은 또 한번의 인생 실험이다. 참으로 감사한 기회다.
변용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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