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처벌 강화 했지만
대법 판결 대부분 집유·벌금
피해자 고통 비해 처벌 가벼워
대법 판결 대부분 집유·벌금
피해자 고통 비해 처벌 가벼워
관련 범죄 증가세에 따라 지난해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실제 양형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딥페이크 범죄, 열에 여덟은 '집행유예 이하'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양상은 격화되는 반면 이에 대한 처벌은 집행유예 및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가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 '지인 합성', '딥페이크' 키워드가 포함된 판결문 24건을 분석한 결과, 무죄·공소기각 2건을 제외한 18건에 집행유예·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 시행으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형량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됐지만 최근 판결 대부분 해당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피해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된 사진을 내려받아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에게 음란물 사진에 피해자의 얼굴을 합성할 것을 요청한 뒤 합성된 영상물을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편집물이 전시된 시간이 길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도 지난달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피해 여성들에 나체 사진을 40회에 걸쳐 합성한 뒤 단체 대화방 등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양형 기준 준하는 처벌 필요해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시행됐음에도 처벌 수위가 약한 배경에 대해 법 조항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에 따르면 처벌 대상을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영상물을 영상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해당 조항에 대해) "'반포 등을 할 목적'이라는 전제 조항이 삭제 될 필요가 있다"며 "어떠한 목적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유포했는지 재판부에서 밝혀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조항 하나만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가벼운 처벌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딥페이크 범죄가 양산한 피해로 피해자들이 얼마만큼의 고통을 입었는 지에 대해 여전히 법원이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크다"며 "딥페이크 피해 사안의 위중함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희 대표도 "처벌 규정을 더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실제론 그 근처도 가지 못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온라인 상 피해도 엄중하게 바라봄으로써 양형 기준안에 준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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