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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우크라이나 지정학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7 18:45

수정 2022.02.17 18:45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단결의 날'을 기념하는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국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예상한 러시아 침공일인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단결의 날'을 기념하는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국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예상한 러시아 침공일인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D데이로 거론됐던 16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 러시아가 접경지역에서 병력을 7000명 늘렸다고 보도했다.

지정학적 숙명일까. 우크라이나는 작금의 미국·유럽연합(EU) 대 러시아 대치처럼 자국 영토를 사이에 둔 강대국 간 충돌을 수없이 겪었다. 역사적으로 서유럽의 동방 진출의 길목이자 아시아 유목국들의 유럽 공략의 관문이었다.
2차대전 때는 나치 독일의 러시아 침공루트였다.

우크라이나의 발전 잠재력은 엄청나다. 탈소련 국가 중 드물게 인구·영토·자원 등 3박자를 두루 갖췄다. 멘델레프의 원소주기표에 나오는 자원을 거의 모두 보유한 천혜의 땅이다. 한국도 반도체 원자재인 네온과 크립톤 등을 여기서 수입한다. 비옥한 흑토대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유럽의 식량창고'였다. 지금도 세계 5위 밀 수출국이다.

그러나 이런 지경학적 가치로 인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수난을 겪는 역설도 종종 빚어졌다. 구소련 시절 대기근이 대표적이다. 1931년 스탈린 정권은 국가 전체의 식량부족을 메우려 식량 징발령을 내렸다. 할당량을 채우려고 다음 해 뿌릴 씨앗까지 빼앗기면서 이듬해 곡창인 우크라이나에서 식량이 없어 인육을 먹는 참상이 펼쳐졌다.

우크라이나의 국제정치적 가치는 근래 더 커졌다. 미국 등 서방국들과 러시아가 에너지 헤게모니를 다투면서다. 노르트스트림1·2를 빼고는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는 모두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에 극력 제동을 거는 이유다.
반면 셰일혁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속셈은 정반대다. 유럽에 대한 PNG 공급을 독점하려는 러시아를 견제하려고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공의 전운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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