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개미표심 잡기 급급… '증시 살리겠다' 의지 안보인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0 18:06

수정 2022.02.20 18:06

기업살리기·시장 활성화 관련
대선주자 해법 두고 지적나와
"기업 지배구조·주주가치 보호 등
여러 관점서 다양한 논의 필요"
"개미표심 잡기 급급… '증시 살리겠다' 의지 안보인다"
대선 주자들이 '개미(개인투자자)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 살리기'와 '증시 활성화'에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관련 공약을 내고 있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너진 투심, 표심으로 바꾸려는 전략"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투자자는 1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말 614만명이던 주식 투자자는 1년 새 914만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주요 대선 후보들도 유례없이 주식시장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식시장을 살리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코스피5000 시대'를 약속하며 주식시장 불공정 해소를 방안으로 내놓고 있다.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식 시장 불법 행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세(稅) 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특히 윤 후보는 주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 도입 예정인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애초 주식 양도세 도입 시점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증권거래세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양도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수정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주식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이 후보는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윤 후보는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시 주식 거래를 일시적으로 막는 '공매도 서킷브레이크'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무너진 투심(투자심리)을 표심으로 바꾸려고 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보인다"라며 "양대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이 큰 차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기업 살리겠다 목소리 적어", "정책 다양화 필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이 지나치게 개인투자자 위주로 치우쳐 있어서 '시장 활성화', '기업 살리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공약이 기업 규제 강화에 치우쳐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의 물적분할, 주식매수 선택권 분야에서 두 후보 모두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공약만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감독원 단속 역량 강화, 특별사법경찰 대폭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활용 등 자본시장 관련 공약에서도 기업을 옥죄는 공약이 많다는 게 상장협의 입장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이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때문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노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공약·정책들은 기업의 활동을 무리하게 제약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총과 전경련, 상장협 등의 경제단체들은 포이즌필 등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고,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폐지를 대선 후보들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는 "주가 지수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또한 '독립적인 이사회', '주주가치 보호'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효섭 실장은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기업이 상장할 때 수익성 보다는 성장성 중심으로 봐야, 상장 기업들도 성장하고 증시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주요 상장기업들은 무형자산의 비중이 80%, 유형자산의 비중이 20%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반대"라면서 "지적재산권(IP) 금융을 활성화시켜서 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이 커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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