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최전선에서 폭언·폭행에 시달리는 의료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21 17:31

수정 2022.02.21 17:31

간호사 한 명이 열 명 이상 돌봐
환자 무리한 요구에 고충 토로
과도한 업무로 상담시간도 없어
코로나 최전선에서 폭언·폭행에 시달리는 의료진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이 폭언 등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고도 과도한 업무 탓에 치료를 받지 못해 해결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서울시가 의료진 전용 상담 창구를 개설한 이래 1년 반 동안 저조한 상담 접수율을 보인 것에 대해 시민 사회는 "결국 인력 충원이 선행돼야 의료진의 정신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용지물'된 상담소

21일 파이낸셜뉴스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2020년 의료진을 위해 개설한 '의료진 상담 창구'에 접수된 상담 건수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2020년 9월 코로나19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마음 치유를 위해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내 의료진 전용 상담 창구를 개설한 바 있다. 하지만 창구를 연 2020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접수된 의료진 상담 건수는 총 30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 선 의료진들이 폭언·폭행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폭언 피해를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는 57.5%에 달했다. 폭언 가해자 유형별로는 환자 및 보호자가 46.9%로 가장 높았다.
실제 보건의료노조 소속 간호사 A씨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의 조치를 이해하지 못한 환자의 무리한 요구에 고충을 겪었다. A씨는 "격리실 안에서는 전열기구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커피포트를 요구했다"며 "환자가 '평생 따뜻한 물만 먹고 살아왔다'며 물이 차갑다고 화를 내고, 따뜻한 물을 주지 않는다고 콜벨을 누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재택치료 체계로 접어든 뒤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화 상담량도 함께 늘어나 의료진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며 "의료진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폭언을 가하는 경우도 많아 고충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 탓에 상담은 '언감생심'

이 같은 정신적 피해에도 의료진의 상담 건수가 턱없이 낮은 배경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과도한 업무 탓에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이전부터 센터에서 상담을 받던 대형 종합병원 간호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물리적 여유가 없는 탓에 상담이 중단됐다"고 했다. 이어 "의료진 상담 창구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 내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병원 관계자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진은 많지만 상담 받을 시간이 어딨냐'며 고개를 젓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의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선 '인력 충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은 "확진자 수가 연일 10만명을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여전히 현장에선 간호사 한 명이 열 명 이상의 환자를 살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호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폭언으로 지친 정신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도 "극심한 인력 부족부터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서울에 비해 지방의 경우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닿을 수 있는 상담 창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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