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 중심부에 있는 ‘전주 풍패지관’이 고려시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주 풍패지관은 조선시대 객사(손님이 묵는 집)로 사용된 사실만 알려진 상태였다. 전주에서는 현재도 구도심 지역을 ‘객사’라고 칭할 만큼 유명한 지명이다.
특히 고려시대 객사 존재가 확인된 것은 강릉 임영관 터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사례가 극히 드물어 전주 객사의 문화재적 가치와 천년고도 전주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전주시는 발굴조사를 통해 풍패지관 규모와 축조내력, 변천과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발굴조사 결과 월대(궁궐 혹은 정전 등 중요한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 시설과 월대 시설 남쪽으로 연결된 중앙 계단지, 월대 주변 박석시설 등 유구가 확인됐다. 유구 안에서는 봉황무늬수막새와 분청사기 등 조선시대 전기 유물이 출토돼 풍패지관 본래 형태와 건립연대, 위상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풍패지관 건물 남쪽에 동서 길이 17.5m, 남북 너비 5.2m 규모인 월대시설은 조선후기 고지도를 통해 존재 가능성이 추정돼 왔으며, 이번 발굴조사에서 처음으로 그 전체 모습이 확인됐다. 또 월대 내부에서는 분청사기편이 출토됐으며, 이를 통해 이 월대는 15세기 무렵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계단은 월대시설 남쪽 중앙에 설치돼 있으며, 너비는 2m다. 발굴조사 결과 한 단만 잔존하고 있으며, 끝에는 계단 발판 1열이 추가로 확인됐다. 박석시설은 월대와 계단시설을 중심으로 남쪽과 동쪽에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조선시대 월대시설과 박석시설 아래는 고려시대 대지 조성층과 통일신라시대 대지 조성층도 확인됐다.
특히 고려시대 대지조성층에서는 동익헌 남쪽에서 고려시대 초석건물지의 유구가 확인됐다. 그 주변으로 ‘전주객사 병오년조(全州客舍 丙午年造)’ 글자가 찍힌 고려시대 기와편과 상감청자편, 일휘문수막새, 건물벽체편, 전돌 등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전주객사가 고려시대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중요한 증거라는 것이 발굴조사 관계자 설명이다.
전주객사가 고려시대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기록으로는 고려시대 문신이었던 이규보가 전주목 관리로 부임했을 때인 1199~1200년 무렵 전주객사를 배경으로 지은 시문이 동국이상국집에 전해지고 있다. 이 기록을 참조하더라도 전주객사는 적어도 1199년(고려 명종 25년)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대지 조성층에서 적심석기초 흔적과 함께 ‘官’자명이 찍힌 선문기와, 토기 등도 출토됐다. 통일신라시대 대지 조성층은 풍패지관 외에도 전라감영과 경기전 등 전주 구시가지 일원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통일신라시대 완산주 설치와 함께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주시는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풍패지관 복원 계획과 문화재로서 위상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조선왕조 본향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소인 전주 풍패지관에 고려시대 이전 한반도 역사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조사를 계기로 풍패지관 본래 모습을 복원 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만큼 학술발굴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향후 보존과 복원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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